[인터뷰]어쿠스틱밴드 ‘블루스틱’, 행복한 사람을 위한, 파란 작대기들의 울림

입력 2013-10-24 14:55   수정 2013-10-24 15:06


[연예팀]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저녁. 악기를 하나씩 짊어진 푸근한 인상의 남성 3명이 스튜디오로 들어왔다. 빨간색 재킷과 노란색 니트 파란색 상의를 입고 나타난 이들은 서로 “신호등 같다”고 놀리며 유쾌하게 웃는다.

등장부터 심상치 않았던 이들은 ‘블루스틱’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3인조 밴드다. 알고 보니 구성원 모두 공연무대 경력 20년 차인 고수들이었다. “이미 공연계에서는 실력파로 소문났다” “공연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라며 너스레를 떠는 이들의 인기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해 졌다.

‘블루스틱’의 멤버인 장재혁, 문인희, 최영일 3명은 1990년대부터 각자 활발한 음악 활동을 해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느냐”는 물음에 “오다가다 만난 인연”이라고 싱겁게 답한다. 20년 가까이 음악 활동을 하며 말 그대로 오며 가며 알게 된 동갑내기 친구들인 것이다. “팀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느냐”는 물음에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우리 같이 모여서 진짜 음악을 한번 만들어 보자’해서 만들었습니다”고 답한다.  

작사, 작곡까지 직접 하는 ‘싱어 송 라이터’라서 그런지 장난스럽게 하는 대답에도 은유법이 들어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블루스틱’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해서 만들게 되었을까? 기대에 찬 질문에 “파란 작대기입니다(웃음)”라고 농담을 던진다. 옆에서 듣고 있던 최영일 씨가 “블루오션의 블루와 어쿠스틱의 스틱을 합쳐져서 ‘블루 스틱’입니다”라고 정정해 주었다. 
 

음악 활동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경제적으로 힘든 점은 없었을까? 블루스틱은 단번에 “음악 하는 사람들은 굶어 죽더라도 음악을 고집합니다”라고 음악인으로서의 강한 자부심을 나타낸다.  하지만 음악을 하면서 힘든 적이 왜 없었겠는가. 그중에서도 최영일 씨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한 번에 겹쳐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간적이 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루스틱은 여전히 밝고 유쾌했다.

최영일 씨는 인터뷰 동안 옆을 오가며 농담을 던지던 매니저를 가리키며 “저 친구도 내가 정신병원에서 만났어요” 라며 의외의 말을 던졌다. “병원에서 만나서 친구가 되었고 지금은 우리의 사장 겸 매니저이며 MC도 봐요” 라며 자랑스럽게 말한다. 놀랄 수밖에 없다. 김진 이라는 이름의 매니저는 인터뷰 전부터 와서 어린아이처럼 밝고 유쾌하게 스튜디오의 분위기를 띄우고 있기 때문이었다.

김진 씨와 최영일 씨가 병원에서 만났을 때가 너무 궁금해졌다. “그냥 제가 먼저 말을 걸었죠. ‘너는 왜 왔니’, ‘밥은 먹고 다니니’라고요. 한 방안에서 말없이 17시간을 같이 있기도 했어요” “그러다 만들어진 인연이 벌써 12년째이네요”라며 멋쩍은 듯 웃어 보였다.  
  
블루스틱이 힘든 와중에도 이렇게 밝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었지만 우리는 음악으로 위로를 받았습니다. 저희가 음악을 하는 이유도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그런 음악을 들려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관객들이 우리에 음악을 듣는 동안이라도 따뜻하고 마음 편안하게 힐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블루스틱의 음악에 대한 목표와 성격이 명확해서 인지 주로 초청받는 행사장도 제주도나 캠프장, 대형 콘도 등이다. 이처럼 여가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주로 공연을 하고 있지만 바쁜 와중에도 병원에서 하는 위문공연에도 꼭 참석한다고 한다. “병원 봉사는 꼭 갑니다. 기뻐하는 환자분들을 보면 오히려 우리가 더욱 에너지를 받고 와요”라고 대답하는 이들의 얼굴에 행복감이 묻어 나온다.

“저희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평생 음악을 할 거에요” “우리는 롤모델도 없습니다. 소위 말하는 대박이 없어도 좋아요. 그저 정말 지치고 감당 안 되는 스트레스가 닥쳤을 때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음악으로 사람들을 위로해 주고 싶어요” “우리 노래를 듣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 졌으면 좋겠습니다”

첨단으로만 양쪽 끝으로만 그리고 또 한쪽으로만 달려 나가는 지금 세상에 따뜻함이란 얼마나 귀하고도 소중한가. 삭막한 세상에 철없는 아이들처럼 파란 작대기를 든 ‘블루스틱’과 같이 개구지면서도 가슴 따뜻한 밴드가 나타난 것은 음악팬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블루스틱의 노래를 들으며 그들이 가는 길을 찬찬히 좇아 가보는 것도 적지 않은 즐거움이 될 것 같다. (사진제공: 블루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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