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딴 생각할 수 있는 여유
2. 동료와 자유롭게 소통
3. 될때까지 시도하는 끈기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자신의 성공비결 첫 번째로 ‘행운’을 꼽았다. 치밀한 경영전략보다는 우연의 힘이 컸다는 의미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도 “페이스북에는 뜻밖의 행운인 ‘세렌디피티(serendipity)’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페이스북은 뜻밖의 만남이 매일 펼쳐지는 공간이다.
‘세렌디피티’란 예상치 못했던 발견이나 발명을 뜻한다. 페르시아 동화인 ‘세렌디프의 세 왕자들’에서 유래했다. 여행을 떠난 동화 속 왕자들은 연이은 우연에 힘입어 지혜와 용기를 얻는다. 세렌디피티는 페니실린, 다이너마이트, 만유인력 등 수많은 발명품과 발견을 탄생시켰다. 최근 경영환경이 달라지면서 구글처럼 뜻밖의 아이디어로 성공한 사례도 늘어났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세렌디피티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렌디피티는 준비된 기업만 누리는 특권과 같다. 뜻밖의 발견에 성공한 기업들을 잘 보면 모두 세렌디피티가 나타나기 쉬운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를 위해선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혼자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기업은 말로만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업무 이외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자율성과 여유를 줘야 한다.
‘고어텍스’로 유명한 고어는 직원들의 업무시간 10%를 ‘장난 시간(dabble time)’으로 쓰도록 했다. 마음껏 취미 활동을 즐기다 보면 고정관념이 사라지고, 생각이 자유로워진다. 의료사업부의 한 직원은 장난 시간에 기타 치는 동료와 어울리다가 고품질 기타줄을 개발할 수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1년에 두 차례 업무에서 벗어나 외딴 별장에서 ‘생각 주간’을 보낸다.
둘째, 직원들 간의 우연한 소통을 늘려야 한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간을 마련하고, 여기에 직원들이 자유롭게 모일 수 있도록 다양한 것을 제공해야 한다. 2015년에 입주 예정인 구글 새 사옥은 직원 간 소통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 직원들의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지메일’과 ‘스트리트뷰’ 등 혁신제품이 탄생했음을 잊지 않은 것이다.
새로운 사옥이 완성되면 어떤 직원이라도 2분30초 안에 다른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다. 나선형 통로를 만들어 직원들의 접촉 기회를 늘린 것도 특징이다. 픽사도 회의실, 식당, 카페와 같은 편의시설을 중앙홀에 배치해 직원들 간의 우연한 소통을 이끌어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발견을 실행으로 이어가야 한다. 끊임없는 시도와 실행을 통해 세렌디피티의 성공 확률을 높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우연히 발생한 결정적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또 직원들의 시행착오를 용인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게 격려해야 한다. 세계적인 인기를 끈 게임 ‘앵그리버드’는 8년간 52번의 도전 끝에 탄생했다.
무수한 시도 끝에 행운을 만나는 것은 우연보다 필연에 가깝다. 세렌디피티를 통해 성공하려는 기업은 직원들의 소통역량을 키워야 한다. 낯선 전시회나 새로운 모임에 참석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도 좋다. 리더는 세렌디피티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조직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은 세렌디피티를 통해 성공 경험을 쌓고 혁신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김동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akimaski@sams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