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천정명 “배우로 가는길, 망가지는 역할 두렵지 않아”

입력 2013-10-28 14:39  


[김보희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지금은 제 색깔을 찾아가는 시기 같아요.”

대한민국 여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카리스마 배우 천정명(32)이 귀여운 남자가 되어 돌아왔다. 그는 영화 ‘밤의 여왕’(감독 김제영)에서 울트라 A급 소심남 영수 역을 맡아 찌질하지만 순정 넘치는 매력으로 스크린을 사로잡는다. 특히 순수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은 관전 포인트.

‘귀엽거나 까칠하거나’ 두 가지 매력으로 마음을 설레게 하는 천정명. 이에 한경닷컴 w스타뉴스는 천정명을 만나 그의 숨겨진 매력을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천정명에게 로맨틱 코미디 ‘밤의 여왕’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외로워서 선택한 것 같다”라고 유머러스하게 말문을 열었다. “사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정말 시나리오가 재밌다. 이 작품이 어떻게 나올까 궁금하기도 했었고, 찍으면 ‘정말 재밌게 촬영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캐릭터에 대한 신선함도 많이 느껴 촬영하게 됐다.”

천정명은 찌질남 영수 캐릭터에 대해 “처음엔 캐릭터가 좀 별로지만 이야기가 갈수록 영수라는 아이가 사랑스러워 보이지 않느냐?”라고 반문하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쿠폰 하나 때문에 약속을 어기고, 할인 카드에 목숨 거는 모습은 자칫 비호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걱정됐다. 하지만 다음 이야기에서 희주(김민정)과의 연애가 시작되고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영수의 찌질함은 연애를 더욱 극적이게 만드는 것 같다. 영화가 점점 진행되고 희주와의 사랑이 더 커져 갈수록 영수의 사랑스러운 매력이 어필되는 것 같다.”

‘밤의 여왕’에서 천정명은 배우 김민정과 연인에 이어 부부 연기를 펼친다. 특히 두 사람은 너무 다정한 모습 때문에 실제 열애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열애설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천정명은 “김민정과 원래부터 아는 사이였다. 그런데 부부로 연기하니 더 친해진 것 같다”며 “김민정 씨가 예쁜 건 알고 있었지만 은근 섹시 하시더라”라고 말해 궁금증을 자극했다.

“김민정 씨가 많은 의상을 소화했다. 더욱이 여배우가 소화하기에는 과감한 의상들이 많았는데 민정은 자신감이 넘치더라. 어떤 의상은 망사 스타킹에 치마는 팬티가 보일 정도로 짧아서 놀란 적이 있는데 민정 씨는 당당하더라. 오히려 나를 포함한 남자 스태프들이 부끄러워했다. (웃음)”


천정명은 ‘밤의 여왕’ 촬영 에피소드를 털어놓으며 즐거운 현장이 기억나는 듯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배우 천정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그동안 시트콤부터 카리스마 있는 역할까지 했었다. 근데 남성미가 많이 노출돼야 하는 작품들을 연달아 하다 보니 일상생활에서도 눈에 힘을 주고 있는 내 자신이 보이더라. 당시에는 역할에 익숙해지기 위한 연습 중 하나였는데 그게 몸에 배면서 습관이 되고, 일상이 되더라. 그래서 항상 집에 돌아오면 피곤했다. 쉬는 동안 내 몸에 있던 긴장들을 풀고 본연에 나로 돌아온 것 같다.”

우리가 알던 천정명은 눈에 카리스마가 폭발하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카리스마 넘치는 '악'(惡)도 초롱초롱한 빛이 보이는 '선'(善)도 가능한 눈빛으로 변한 듯 보였다. 이에 천정명은 목소리에 힘을 주며 “지금부터 내 색깔을 찾아야 할 시기”라고 말하며 색다른 각오를 드러냈다.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오히려 연기적인 면에서 극한으로 망가지고 싶다. 쉬는 동안 외국 한국 작품 가리지 않고 드라마와 영화를 접하면서 해보고 싶은 역할이 많았다. 회사에 어필도 한 적이 있다.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여장도 해보고 싶고, 몸이 불편한 장애인 역할도 상관없다. 몸이 괴로울 정도의 극한 연기를 한 번은 꼭 해보고 싶다. 러브콜 환영입니다. (웃음)”

그동안 천정명이 보여준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이 배우의 탈을 쓴 ‘스타’였다면, 이제는 그 탈을 벗고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며 배우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천정명’으로서 대중들에게 다가가려 한다. 앞으로 천정명이 보여줄 연기가 굉장히 궁금해진다. ‘배우 천정명 너를 보여줘’.

“배우가 좋은 작품으로 대중을 찾아가는 것은 기쁜 것 같다. 예전에는 좋은 작품이라고 하면 ‘좋은 거다’ 생각하고 촬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제는 출연이 확정되면 꼼꼼히 내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더 체크를 하는 것 같다. 이제는 배우라는 이름에 책임감이 더 막중하게 느껴지고, 나 역시 하루하루 연기 연습도 빠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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