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민 기자 ] 서울시가 지하철 성범죄·폭행 등을 근절하기 위해 2011년부터 추진했던 폐쇄회로TV(CCTV) 설치 계획을 백지화했다. CCTV가 시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인권 침해 논란을 의식해서다.
30일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5~8호선)에 따르면 지하철 내 CCTV 추가 설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당초 2011년 9월 127억원을 들여 지하철 1~8호선 모든 전동차에 CCTV를 단계적으로 설치하겠다는 ‘지하철 범죄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신체 접촉이나 폭행 등 전동차 안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 발생 시 증거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따라 시는 우선 지난해 6월부터 2호선 712대, 7호선 1052대 등 총 882량에 1764대의 CCTV를 전동차 내에 설치, 운영해왔다. 나머지 전동차에는 내년까지 추가 설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7월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서울지하철 객차 내 CCTV의 설치 목적인 범죄 예방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데다 시민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있다며 2호선과 7호선의 운영관리에 대한 개선 대책을 권고한 바 있다. CCTV는 시민 감시와 인권 침해의 상징이라며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하철 노조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시 관계자는 “당시 권고에 따라 추가 CCTV 설치 계획은 백지화됐다”고 밝혔다.
시민인권보호관은 당시 성범죄 사건의 62.8%가 주로 출퇴근 시간에 일어나고 있지만 이 시간대에는 사람이 붐비는 탓에 전동차 앞뒤 천장에 설치된 CCTV로는 승객의 머리 윗부분만 확인할 수 있어 범죄 예방 효과가 적다고 지적했다. 또 CCTV로 승객 얼굴 식별이 가능한 데다 여름철엔 신체와 속옷 등이 노출될 수 있어 인권 침해 가능성이 많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그러나 범죄 예방을 위해 CCTV 설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CCTV 설치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으로 범죄 행위가 감소되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며 “지금도 인권 침해 논란을 의식해 전동차 내 CCTV 녹화는 하되, 화면을 상시 모니터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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