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공소장 변경 허가…5만5000건 트윗, 원세훈 재판 변수로

입력 2013-10-30 21:21   수정 2013-10-31 04:50

"인터넷 댓글·트윗 배경 같아"…재판부, 檢 신속히 추가수사
"상당수 국정원 직원 글 아니다"…원세훈 측, 검찰이 책임져야



[ 양병훈 / 정소람 기자 ] ‘댓글 대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사진)의 재판 대상에 트위터 글 5만5689건이 추가됐다. 지난 18일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이 상부 보고 없이 했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추가된 트위터 글은 앞서 기소된 인터넷 커뮤니티 글보다 30배가량 많아 재판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법원 “공소사실 동일성 인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30일 조직적 인터넷 댓글로 대선에 개입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받고 있는 원 전 원장에 대한 10회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변경 신청을 허가한다”고 말했다.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는 것은 범죄행위가 두 건 이상 저질러졌지만 이들 행위의 배경은 같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원 전 원장에 대한 기존 공소사실은 글을 올린 곳으로 ‘오늘의 유머’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이번에 추가된 공소사실은 트위터를 지목해 서로 달랐다. 그러나 ‘대선 개입을 위한 지시 하달과 시행’이라는 배경이 같아 동일성이 있다고 법원이 본 것이다. 형사소송법 298조1항에 따르면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해야 한다.

대신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을 허가한 뒤 추가 수사를 하는 것은 공선법 시효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한다는 변호인 주장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며 “변호인에게는 충분히 시간을 주겠지만 검찰은 신속하게 절차를 밟아달라”고 말했다. 공선법 시효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어서 지난 6월18일 이미 완료됐다.

○향후 재판의 관건은 ‘증거 싸움’

공소장 변경 허가로 향후 재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에 추가된 트위터 글 5만5689건은 앞서 기소된 1977건보다 28배 많다. 기존에는 국정원 대북심리전단 3팀(인터넷 커뮤니티 담당)만 범죄 혐의를 받았으나 이번에 5팀(SNS 담당)도 추가됐다. 내용도 “문재인의 주군은 김정일” “안철수는 단일화 쇼를 한 것” 등 원색적인 게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국정원에 대해서는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데도 법원이 줄곧 발부해줬다는 건 그만큼 증거가 탄탄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원 전 원장 측 이동명 변호사는 ‘상당수는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게 아니고 대선과 관련없는 글도 많다’는 국정원의 해명과 관련, “나중에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게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검찰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수사 절차에 대한 문제도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탁경국 변호사는 “검찰은 트위터 글 사건을 수사하면서 다른 재판부(영장전담)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 및 체포 수사를 했다”며 “통상 형사재판은 공판 재판부의 허락 없이는 추가 수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점이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소장 변경 허가와 관련,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국정원 직원이 작성하지 않았거나 선거와 무관한 사항을 구분하지 않고 증거물로 채택해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것은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관영 민주당 대변인은 “변경 신청 허가는 당연한 것으로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양병훈/정소람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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