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은 통한다
‘연구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홍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이런 철학에 따라 홍진HJC는 매해 매출의 10% 정도를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등록 및 출원한 헬멧 관련 특허 수가 60종이 넘는다.
업계에서 최초로 플라스틱을 소재로 한 헬멧을 상용화한 게 R&D 중심 경영의 대표적인 성과다. 일반 플라스틱의 내구성과 강도를 높인 ‘엔지니어 플라스틱’ 신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세계 1위 기업으로 우뚝 올라섰다. 홍 회장은 “모두가 플라스틱 헬멧은 규격에 미달하기 때문에 안 된다며 포기했고 우리 회사 내부에서도 ‘이제 그만두자’는 목소리가 나왔다”며 “그럼에도 수천 번 실패를 거듭한 끝에 신소재 개발에 성공해 경쟁사들을 제치고 세계 정상에 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 21년 연속 1위
오토바이 헬멧 시장은 미국과 유럽이 선진국으로 꼽힌다. 이 중 가장 깐깐하기로 유명한 미국 시장에서 홍진HJC는 21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최고 권위의 오토바이 전문잡지 ‘모토사이클 인더스트리’ 판매조사에 따르면 홍진HJC는 1992년 이후 단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미국 시장에서 처음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다. 홍 회장은 “처음에는 서양인 머리에 맞지 않는 모양과 사이즈, 규격에 못 미치는 무게와 강도 등을 지적당하고 ‘아시아 저급제품’으로 평가절하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양인 맞춤형 제품을 내놓고 미국 연방교통부(DOT) 및 스넬(SNELL) 인증을 취득하면서부터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경쟁업체 놀란이 자리잡고 있는 유럽에서는 아직 2위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놀란에 앞서지만 유럽에서는 아직 놀란이 1위를 지키고 있다. 놀란을 제치고 유럽에서 1위를 꿰차는 게 홍진HJC의 올해 경영목표 중 하나다. 홍진HJC 관계자는 “올해는 놀란을 제치고 유럽에서도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멀티브랜드 전략
홍진HJC는 평범한 농가의 7형제 중 장남인 홍 회장이 1971년 가족과 함께 가내수공업 형태로 세운 홍진기업이 모태다. 1974년 서울헬멧을 인수하고 ‘크라운’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사세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해외 유명 브랜드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거래로 기술노하우를 쌓은 뒤 자체 브랜드로 승부수를 띄워 세계 시장 1위를 꿰찼다. 프리미엄 브랜드 ‘알파’, 중간 수준 브랜드 ‘HJC’, 저가 블내드 ‘박스’가 세계 오토바이 헬멧 시장을 평정하고 있는 브랜드들이다.
홍 회장은 “다양한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고급 중급 저급 등 멀티 브랜드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00억여원에 이어 올해는 1000억원 매출을 목표하고 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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