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경목 기자 ] 중국에서 상반된 경제지표들이 나오고 있다. 실물 관련 지표는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금융 분야에서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것이다. 1일에도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1.4로 18개월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7~9월 중국 4대 은행의 부실대출 증가율이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한 지 하루 만이다.
PMI는 제조업 종사자들의 경기 전망 설문을 취합해 집계하는 것으로 50보다 높으면 경기확장, 낮으면 경기위축을 나타낸다. 설문에 경기가 좋다고 답한 중국 기업가들이 현장에서는 은행 대출을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24일에는 HSBC 중국 PMI 역시 7개월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금융사가 집계하는 데다 설문 대상 기업도 폭넓어 좀 더 객관적인 지표로 여겨진다. 7.8%를 기록한 3분기 성장률도 기대 이상이다. 하지만 지난달 28일에는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 5년간 외국 금융사의 중국 기업 대출이 5배 늘었다고 경고했다. 중국 내에서 자금 조달이 힘든 회사들이 금리가 높은 ‘달러빚’에 손을 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국 경제의 상반된 모습이 시진핑 지도부 들어 진행 중인 산업 구조조정과 중국 금융대출의 복잡성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 정부가 7월부터 철강, 시멘트 등 19개 업종 1400개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섰다”며 “대상이 된 기업과 협력업체들의 부실대출이 늘고 있지만 전반적인 경기는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늘어난 중국 은행 부실 중에는 지방정부에 집행된 것과 은행들 스스로 ‘그림자 금융’ 영업에 나섰다 손실을 떠안은 부분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의 경기하강이 뒤늦게 은행 실적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PMI는 미래에 대한 예측인 데 반해 부실대출 증가는 경기에 후행한다는 것이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 등은 실물경기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금융지표보다 성장률이나 PMI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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