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동안 182회 라운드…작품 정보교환·친목도모
어머니 뒤이어 2대 회원도
[ 양주=서기열 기자 ]
![](http://www.hankyung.com/photo/201311/2013110146121_AA.7998984.1.jpg)
경기 양주시에 있는 송추CC 서코스 7번홀. 내리막 파3홀인 이곳의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니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구나”라는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울긋불긋 가을 옷으로 갈아입은 산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다. 화랑업계 골프 모임 예지회(藝芝會)의 정기 월례회가 열린 지난달 14일 이곳에서는 미(美)를 아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라운드가 펼쳐졌다.
라운드 초반부터 미술품에 대한 이야기가 꽃을 피웠다. 중국 미술품 전문가인 이동재 아트사이드갤러리 대표는 “중국 현대미술가 쩡판즈의 ‘최후의 만찬’이 홍콩 경매에서 250억원에 팔렸다. 그 작품을 판 사람은 쩡판즈에게 1억원에 샀다고 한다. 중국 경기가 아직은 좋은 것 같다”며 뒷이야기를 전했다.
예지회는 1991년 3월 이목화랑, 진화랑, 선화랑 등 서울 인사동의 주요 화랑 대표들이 친목을 교류하기 위해 만든 골프 모임이다. 화랑은 작가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미술 작품의 1차 유통시장이다. 여기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예술품은 2차 유통시장인 경매에 나가게 된다.
회장을 맡고 있는 우병탁 토아트 대표(57)는 “예지회는 예술하는 사람들의 향기 나는 모임이란 뜻”이라며 “골프를 통해 예술인을 하나로 어우르는 모임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15년 동안 회원으로 활동해온 김정기 가야재 대표(59)는 “한국에 화랑 역사가 길지 않은데 예지회에서 정보 교환과 인적 교류에 큰 도움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예지회 정회원은 16개 화랑 대표다. 서울 인사동과 청담동, 경기 이천 등 곳곳으로 흩어진 화랑업계를 끈끈하게 엮어주는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월례회를 열어 라운드하며 화랑업계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22년여 동안 이어온 이날 모임은 182회로 4팀(16명)이 참가해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라운드를 즐겼다.
1년에 한 번 일본이나 중국 등으로 해외 모임을 떠나는데 골프를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현대 예술 트렌드를 파악하고 업계의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도 갖는다. 해외 모임을 통해 회원들이 더 가까워지는 것은 물론이다.
모임의 역사가 20년을 넘어가다보니 대를 이은 회원도 나왔다. 백동열 백송갤러리 대표(42)는 “어머니에 이어 2대째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며 “함께 어울리기 쉽지 않은 업계 어른들인데 올해 예지회에 가입하면서 더욱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예지회 총무를 맡고 있는 이영균 창원표구화랑 대표는 “골프로 친목을 다지면서 젊은 회원들이 업계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경륜 있는 선배들이 서로 도와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우승은 4오버파를 친 이동재 대표에게 돌아갔다. 드라이버로 290m를 날려 롱기스트까지 2관왕을 차지했다.
“골프는 서로 경쟁하면서도 동반자가 좋은 샷을 쳤을 땐 박수를 쳐주는 신사 스포츠입니다. 예지회도 마찬가지예요. 화랑업을 하는 개성 강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경쟁하고 도우며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죠.”(이동재 대표)
양주=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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