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결혼 예물로 에르메스 백을 선물한 이 모씨(남·32)은 "켈리백을 900만원대에 구입했는데 1000만원대를 호가한다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제테크에 성공한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 유명 쇼호스트 신 모씨(여·36)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옷장을 공개했다. 방 한 쪽 진열장을 빼곡히 채운 명품가방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 가방은 들고다니기 보다 재테크 용"이라며 "가격이 저렴할 때 구입한 백들은 나중에 돈으로 바꿀 수 있다"며 재테크 방법을 소개했다.
하지만 중고 명품업계 전문가들은 현실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한다. 소비자가 명품 가방을 구입한 가격보다 비싸게 되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
K 중고명품점 관계자는 "명품 가방의 경우 중고시세가 오르지 않는다. 이는 제품 생산시기의 판매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유행에 따라 값이 떨어지기 마련이다"며 "가방에 새겨진 고유번호로 제작시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판매가보다 비싼 가격에 매입하는 경우는 없다. 출시 가격보다 매입 가격을 더 주고 살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샤넬백 가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르지만 중고시세는 반대로 떨어진다. 백화점에서 구입한 뒤 바로 들고와도 제값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내 명품가방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실제로 2010년 L백화점에서 300만 원대에 구입한 샤넬 '클래식 캐비어 미디엄'(은장)을 가지고 강남에 위치한 중고명품매장들을 방문했다. 지난 3년동안 가격이 60~65% 이상 치솟았지만 중고 감정거래 가격은 150~200만 원대였다. 구매 원가에 50% 정도다.
2011년 이태리 밀라노에서 190만 원에 구입한 프라다 '사피아노'도 되팔기를 시도했다. 현재 백화점에서 220만 원에 구입할 수 있는 이 제품의 중고 거래 가격은 80만원. 발품을 팔아 여러 매장을 찾았지만 실망감이 점점 밀려왔다.
업체 관계자는 "여성들이 많이 선호하는 브랜드 모델이여서 그나마 많이 받을 수 있다. 샤넬 가방은 해외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늘어 공급도 넉넉한 편"이라며 "다른 명품 브랜드의 경우에는 A급 상태의 제품이 부속품까지 다 갖춰져있다해도 (매입 금액은) 40%선"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중고 명품점에서는 제품을 구입한 날짜의 영수증, 부속품(개런티 카드, 제품 박스, 더스트백) 등 출처가 확실하고, 선호하는 브랜드와 유행하는 아이템, 계절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매입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관계자에 의하면 중고품을 사는 사람들은 중고를 사면서도 새 것을 사는 느낌을 받고 싶어 한다. 만약 명품으로 제태크를 한다면 해외에서 저렴하게 매입한 제품을 포장도 뜯지말고 지인이나 인터넷에 판매한다던가, 초고가 시계나 한정판 상품의 경우 뒷거래를 통해 가격을 올려야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일반인이 중고시장에서 재테크를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11월 샤넬은 가방, 지갑, 주얼리 등 40여 개 품목의 제품가격을 최대 20%까지 인상시켰다. 매년 두 차례씩 상승하는 거품 가격에 많은 여성들이 재테크라는 명분으로 오늘도 명품관 앞에서 줄지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현진 기자 sjhjso12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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