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를 수 만번 붙이고 뜯고…"손금 사라졌죠"

입력 2013-11-03 21:05   수정 2013-11-04 05:00

오늘부터 한경갤러리 개인전 김춘옥 씨


[ 김경갑 기자 ]
지난 4월 제주 서귀포시 샛기정공원에서부터 칠십리시공원, 서귀포구, 천지연로, 자구리해안을 거쳐 소암로, 이중섭 거리, 마을미술프로젝트 커뮤니티센터까지 총 4.3㎞에 달하는 문화거리 ‘유토피아로(遊土彼我路)’가 탄생했다. 다양한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마을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여러 미술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거리다. 한국화가이자 ‘마을미술프로젝트’ 추진위원장인 김춘옥 씨(67)가 2년 이상 공들여 완성한 결과물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4년째 ‘마을미술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김씨는 한국화의 실험을 이어가면서도 전국의 문화 소외지역을 돌며 지역 작가와 주민들의 참여를 통한 미술 대중화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폐교와 장애인 시설, 후미진 마을 등 수십 곳을 ‘미술 놀이터’로 바꿔 놓았고, 인적이 뜸한 길섶을 그림이 있는 거리로 만들었다.

이처럼 미술문화의 대중화에 앞장서 온 김씨가 4~15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김씨는 ‘자연-관계성’이라는 묵직한 철학적인 주제를 갖고 서양 미술에서 주로 쓰이는 콜라주(붙이기)와 데콜라주(떼어내기) 기법을 동양화에 접목한 작가다.

꽃봉오리 등 다양한 자연의 형상을 표현한 그의 작품은 전통성에 바탕을 두되 한국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접근방법으로 현대화와 세계화를 함께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이사장,한국화여성작가회장을 지낸 그는 이 같은 실험성을 인정받아 옥관문화훈장(2003년), 한국미술문화상(2007년)을 받았다.

김씨는 ‘자연의 향기, 손 끝에서 퍼지다’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 한지를 여러 겹 쌓아올린 화면에 먹과 색을 칠한 다음 다시 손으로 뜯어내는 방식으로 자연을 묘사한 근작 30여점을 선보인다.

김씨는 “마을미술프로젝트가 전국이란 캔버스에 주민과 마을, 마을과 마을, 주민과 주민의 행복한 관계를 추구하듯 나의 화풍 역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자연과 자연이라는 관계성에 역점을 둔다는 점에서 서로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일흔을 목전에 뒀지만 아직 보여줄 게 많습니다. 오늘이 남은 생애의 가장 젊은 날이라 생각하면 작업 의욕이 솟구칩니다. 죽는 날까지 작업을 할 겁니다.”

작가는 “내 주된 관심은 한국화의 평면성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한지를 5~8겹가량 차례로 발라 올린다. 중간중간 색지를 겹겹이 붙이고, 마지막으로 다층적 명암의 세계가 묻어 있는 검은색지를 붙인다. 한지를 배접한 후에는 종이를 걷어내 형상을 창조한다. 한 겹을 걷어내기도 하고, 두세 겹을 뜯어내기도 한다. 화면은 배어들었던 농담이 저마다 형상을 이루며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인다. 화면의 형상은 대개 꽃봉오리와 연꽃, 안개, 구름 등이다. 독도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손으로 자연스럽게 뜯어 낸 흔적들이 한지에 스며들면서 채색 자국과 어우러져 시간, 공간, 인간이 통하는 ‘관계의 미학’을 연출합니다. 1m 크기의 작품을 완성하는 데 종이를 뜯어내고 메우고 하는 수만 번의 손놀림이 필요합니다. 20여년 작업했더니 지금은 손금이 아예 없어졌어요.” 문의 (02)360-42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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