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온전하게 즐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자전거 여행만큼 가을에 어울리는 것도 없을 것이다. 자전거로 느리게 바람과 벗하며 여행하다 보면 사물이 자세하게 보인다.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이 느껴지고 자연의 빛깔이 섬세하게 망막 속으로 들어온다. 경남 창녕 우포늪은 자전거 여행지로 참 잘어울리는 곳이다. 새벽이면 우포늪 주변에 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둘러보라. 떠나는 가을의 눈부신 손길이 느껴질 것이다.
○물억새와 갈대의 흰빛 군무
우포늪 자전거 여행은 ‘느리게 달리기’가 제격이다. 비밀스러운 늪을 자전거로 둘러보는 색다른 체험이지만, 속도를 내거나 함성을 질러서는 곤란하다.
깊은 가을에 찾는 우포늪은 다가서는 느낌이 다르다. 한여름 우포의 전경이 융단을 깔아놓은 듯 초록이 강렬했다면, 가을 우포는 철새와 갈대, 물억새의 세상이다. 자전거를 타고 오솔길을 달리다 보면 머리를 풀어헤친 물억새와 갈대의 흰빛 군무가 길동무가 된다. 가을을 기점으로 날아들기 시작한 철새들도 곳곳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하느라 분주한 일상을 보낸다.
우포늪 자전거 여행은 초입 우포늪 생태관 입구에서 출발한다. 자전거 대여소에 1·2인용 자전거가 있다. 대여료는 2시간에 1인용 3000원, 2인용 4000원. 자전거를 빌리면 코스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자전거를 가져온 여행자라면 우포늪 안내소에서 탐방 코스가 담긴 지도를 챙기면 된다. 자전거 코스는 우포늪의 생태 탐방로인 우포늪 생명길과 다소 중첩된다. 차가운 시멘트 길 대신 흙을 다진 비포장 길이 따사롭게 이어진다. 철새뿐 아니라 일반 탐방객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느리게 페달을 밟거나 때로는 자전거에서 내려 걷는 배려도 필요하다.
○곳곳에 옛 향기 음미할 유적지들
1코스는 생태관에서 출발해 갈림길에서 좌회전한 뒤 전망대와 철새 관찰대를 거쳐 쪽지벌 초입까지 연결된다. 우포늪과 눈높이를 맞추며 철새도 탐방하고 왕버들 군락도 감상하는 코스다.
2코스는 갈림길에서 우회전해 대대제방을 따라 사지포 초입까지 이어지며, 물억새가 핀 오솔길과 대대마을의 황금벌판을 가로지른다. 우포의 가을을 만끽하는 코스로,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철새의 군무와 억새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깊은 가을에 접어들면 우포의 사계절 중 가장 많은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시기다. 우포에서는 따오기,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등 천연기념물과 댕기물떼새, 큰부리큰기러기, 가창오리 등의 군무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1코스가 1.3㎞, 2코스가 1.4㎞로 두 코스를 왕복하며 쉬엄쉬엄 우포늪을 탐방하는 데 2~3시간이면 족하다. 코스 끝자락에 자전거 반환점이 표시돼 있다.
개별적으로 자전거를 준비해 좀 더 긴 일정으로 우포늪을 두루 감상하려면 2코스 끝에서 사지포제방, 소목마을을 거쳐 목포까지 이동할 수도 있다. 드넓게 펼쳐진 늪이 아니라 은밀하게 감춰진 늪을 감상하는 길이 이어진다.
우포늪은 총 2.3㎢에 이르는 천연 늪으로 국내 최대 규모이며, 습지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인 람사르협약에 의해 등록보호되고 있다.
가을 창녕 여행에서 화왕산 억새도 놓칠 수 없다. 화왕산 정상 아래 화왕산성 일대가 가을이면 온통 억새의 향연으로 가득하다. 우포에서 경험한 물억새가 억새 감상의 전주곡이라면, 해를 마주보고 펼쳐지는 참억새의 흰빛 물결은 강렬한 감동을 만들어낸다. 화왕산 억새 산행은 창녕읍 내 자하곡 매표소를 기점으로 2코스를 이용하면 왕복 2~3시간 걸리며, 관룡사를 경유해서 오를 수도 있다.
창녕 읍내에는 옛 향기를 음미할 수 있는 유적이 곳곳에 숨어 있다. 가야시대 창녕 교동고분군(사적 제514호)이 가을 산책을 도우며, 창녕 신라 진흥왕 척경비(국보 제33호)와 창녕 술정리 동삼층석탑(국보 제34호) 등도 걸어서 한적하게 둘러볼 수 있다.
창녕=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여행팁
서울에서 창녕까지는 승용차로 4시간 정도 걸린다.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대구~창원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창녕 인터체인지에서 합천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회룡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우회전하면 창녕 우포 방면 표시판이 보인다.
우포늪에 대한 상세 정보는 우포늪 사이버생태공원 홈페이지(upo.or.kr)를 참조하면 된다.
찬바람 불 때 창녕에서 식욕을 돋우는 별미는 수구레국밥과 송이닭탕이다. 수구레국밥은 창녕 장날이면 맛볼 수 있던 음식이다. 수구레는 쇠가죽 안쪽 아교질 부위로, 씹는 맛이 쫄깃쫄깃한 게 일품이다. 수구레와 선지, 콩나물, 파 등을 푸짐하게 넣고 가마솥에 오랫동안 삶아 국물을 우려낸다. 최근에는 장날이 아니라도 창녕시장 인근의 국밥 전문점에서 맛볼 수 있다. 왕순한우식육식당(055-532-1711)과 원조할매소피국(055-532-6095)이 맛있다. 화왕산 인근에서는 송이닭탕이 유명하다.
화왕산 초입에 있는 장군식당(055-521-1805)이 유명하다.
굿스테이로 등록된 대천장호텔(055-535-5656)과 부곡로얄관광호텔(055-536-7300)의 시설이 좋고 깨끗하다.
▶[화제] "초당 12만원" 버는 사람들...충격
▶ 별장으로 쓰면서 은행이자 3배 수익 받는곳?
▶[강연회] 2013 제 5회 한경 가치투자 대강연회 (11/13 여의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