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 장애' 이영수의 아름다운 도전…"KBS 교향악단이 되겠다는 꿈, 가까워졌어요"

입력 2013-11-04 10:36  


플루트를 잡자 장난스런 표정이 사뭇 진지하게 바뀐다. 카르멘 판타지 속 플루트의 애잔한 선율을 연주할 때는 감정을 담으려는 듯 슬픈 표정을 짓는다. 플루트를 연주할 때만큼은 그가 지적장애 2급이라는 걸 알아채기 어렵다. 음악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장애우 '소울 플레이어' 이영수 씨(26)의 얘기다.

그는 한경닷컴이 오는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최하는 '제 9회 오케스트라의 신바람' 음악회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UCC 공모를 통해 뽑힌 이 씨는 KBS 교향악단과 10주간의 멘토링을 거치고 이들과 협연을 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지난 1일 한국종합예술대학교에서 공연 준비에 여념이 없는 그를 만났다.

"2년 전에 나눔이라는 주제로 KBS 교향악단과 협연을 했던 적이 있어요. 단원 선생님들은 연주도 진짜 잘해서 다 멋있어 보였어요. 신바람 음악회를 통해 선생님들과 또 같은 무대에 서게 돼 너무 좋아요.”

중학교 2학년 특기적성교육 시간에 우연히 접했던 플루트는 그의 인생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줬다. 플루트에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세계적인 플루티스트를 꿈꾸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발달장애 청소년들의 오케스트라인 하트하트 재단의 창단 멤버가 됐다. 이후 미국 시카고와 LA에서 열린 하트하트 오케스트라 공연, 제주 국제 관악제 협연 등 다수의 무대에서 그의 실력을 뽐냈다.

이 씨가 장애를 극복하고 플루티스트의 꿈을 키워갈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연습량 덕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일 4~6시간 씩 연습한다는 그다.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생각만 해요. 플루트를 연습하다 보면 그 생각도 안 나요. 저는 플루트를 연주할 때 나는 소리가 너무너무 좋아요."

지적장애의 특성상 오랜 시간 집중하기 어렵지만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집중력이 놀랄 만큼 향상됐다. 지휘자나 다른 단원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사회성도 키웠다.

플루티스트 안명주 씨는 음악에 대한 욕심을 이 씨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안 씨는 KBS 교향악단 단원으로 지난달부터 이 씨의 멘토링을 담당하고 있다.

"신바람 음악회에서 선보일 카르멘 판타지는 굉장히 테크니컬하고 표현력도 필요한 곡이예요. 협연 경험이 많고 쉬운 곡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배우고 싶다는 욕심에 영수가 직접 카르멘 판타지를 택했어요."

안 씨는 그의 표현력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일반 학생들과의 차이점은 잘 모르겠어요. 차이라면 감정 표현이 더 뛰어나다는 거예요. 감정을 설명하면 일반 학생들은 복잡하게 생각하는데 비해 영수는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그대로 표현하거든요."

카르멘 판타지에서도 그의 장점은 그대로 반영된다. 슬픈 감정을 살려야 하는 부분에서는 돈호세가 카르멘을 배신하는 장면을 떠올리고 즐거움을 실어야 할 땐 레몬색이나 하늘색을 생각한다고.

이번 협연을 통해 이 씨는 KBS 교향악단이 되고 싶다는 꿈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된다. 이를 위해 이번 공연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수많은 사람 앞에 서야 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떨리기도 해요. 그래도 열심히 연습해서 좋은 연주를 들려줄 거예요. 음악을 통해 제가 받은 감동을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어요."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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