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강조하던 정몽구 회장, 이번엔 '문화마케팅'

입력 2013-11-07 21:14   수정 2013-11-08 04:10

현대車, 국립현대미술관에 10년간 120억원 후원


[ 이건호 기자 ] ‘이제부터는 문화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임직원들의 역사의식 함양에 힘을 쏟고 있는 데 이어 문화예술 분야에도 장기적이고 대대적인 후원에 나선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은 최근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 활동은 문화와 산업이 함께 발전하는 새로운 형태의 동반성장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7일 한국 현대미술의 발전과 대중화를 위해 국립현대미술관에 내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120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차는 기존의 일회성 미술관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세계적 역량을 확보한 기성작가의 국내 개인전 전시를 지원하고 △기성 및 신진작가의 ‘창작 지원-전시’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개별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북돋우고 이들이 기량을 펼쳐보일 멍석을 깔아주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먼저 세계적 경쟁력이 있는 한국 중진작가의 개인전 개최에 10년간 90억원을 후원한다.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매년 1명의 작가를 선정하고 최대 9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최고 수준의 전시회를 열 수 있도록 지원키로 했다.

작품 창작, 전시뿐 아니라 작품에 대한 도서 발간, 세계적 평론가 초청 학술세미나 개최 등 기획 단계부터 전시, 글로벌 홍보까지 총괄 지원해 한국 미술가가 세계 예술계와 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국내 관람객들도 해외에서만 볼 수 있던 한국 유명 작가의 세계적 전시회를 국내에서 감상할 수 있게 돼 미술 관람의 문턱을 낮추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현대차는 기대했다. 현대차는 또 회화, 조각, 공예 등 분야의 신진작가를 포함한 유망작가들에게 30억원을 후원하고 국립현대미술관 내 갤러리 아트 존에서 전시 기회를 줄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번 후원을 통해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예술 한류를 주도할 차세대 예술가를 양성하고 대중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문화와 산업의 이종(異種) 교류를 통해 혁신적이고 감성적 제품 개발을 위한 창의 인프라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현대차가 수준 높은 콘텐츠의 ‘역사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회장은 얼마전 “뚜렷한 역사관을 갖고 차를 판다면 이는 곧 대한민국의 문화도 함께 파는 것”이라며 “이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의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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