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과 승부하는 中 '프리미엄 기업'

입력 2013-11-08 06:58  

SERI.org - 유진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jinseok1.yoo@samsung.com

고품질 우유로 해외진출 '이리'
디올 등과 동급 대우 'NE타이거'
저가 전략 대신 고급화로 약진



쑥쑥 커가는 중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기업’들이 약진하기 시작했다. 고급제품과 서비스로 무장한 채 글로벌 기업과 정면승부를 펼치는 중국 현지기업들이다.

이들은 과거처럼 모방에 기대지 않는다.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혁신을 선택하면서, 한국 기업의 위상도 위협할 정도다. 그 배경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산층 인구가 있다. 새로운 소비계층 생활과 밀접한 의식주, 인프라 관련 업종에서 중국 내수기업의 활약이 돋보인다.

세계 12위 유제품업체인 이리(伊利)가 대표적이다. 이리는 동북 3성의 우수한 원유기지를 선점하고 전국적 영업망을 형성해 고품질 유제품을 공급하는 데 집중했다. 이에 힘입어 2008년 멜라민분유 파동에도 중국 내 1위 기업의 위상을 지켰다. 최근엔 미국 최대 유제품기업 데어리파머즈오브아메리카(DFA)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세계시장에 진출했다.

1994년 설립된 제약업체 톈스리(天士力)는 중의약과 현대의약을 접목하는 독보적 기술을 갖췄다. 1185건(2012년 기준)의 특허를 갖고, 아시아 유럽 등 34개국에 상표를 등록했다. 회사를 대표하는 심혈관 약 ‘복합처방단삼적환’을 중심으로 2002~2012년 매출이 연평균 25.9% 급성장했다.

NE타이거(東北虎)는 중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내세워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품 브랜드다. 덴마크산 최고급 모피, 전통 직물 등을 이용한 이들의 예복은 처음부터 고가 이미지를 명확히 했다. 이들 제품은 다양한 국제행사에서 롤스로이스, 까르띠에, 디올 등 글로벌 명품브랜드와 나란히 전시된다.

화장품업체로는 샹이번차오(相宜本草)가 있다. 지난해 중국인이 좋아하는 화장품 브랜드에서 글로벌 1위 기업 로레알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중저가이지만 바위돌꽃, 백작약 등 천연 소재를 함유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굳혔다. 여대생과 직장인들의 입소문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도 성공했다.

중국 최대의 민영 주택개발업체 완커(萬科)는 지역 특성에 맞는 주택을 짓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 내 53개 중대형도시에서 주택을 개발했고, 내륙개발정책에 맞춰 최근 중서부 도시로도 진출했다. 1998년부터 해외개발업체에서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는 등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한 언론조사에서는 가장 신뢰받는 주택개발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업계 평균(13%)을 크게 웃도는 20%에 이른다.

랜드워셔는 세계 최대 ‘친환경 화장실’ 설비업체다. 물이 필요 없는 이동식 화장실을 개발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 등 주요 행사 때마다 설비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매출은 700만달러로, 1만개 이상의 랜드워셔 제품이 중국 전역에 설치됐다. 물 부족과 위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들 화장실 기술은 빌게이츠재단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기도 했다. 이 밖에도 풍력발전기 시장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골드윈드, 자동화 기술의 국산화를 이끄는 홀리시스(HAT) 등이 중국 내수시장의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기업이 내놓는 제품과 서비스는 예전의 ‘저가’ ‘짝퉁’ 이미지를 벗어던진 지 오래다. 전통과 현대를 융합해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는 한편, 창의적인 도전정신을 발휘한 것이 성공비결이다. 한국 기업들도 중국 소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이 점을 참고해야 한다. 한국 기업의 첨단기술과 소프트웨어 역량은 중국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강력한 도구다.

유진석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jinseok1.yoo@samsung.co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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