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발레극으로 꼽히는 '백조의 호수'가 한복을 입는다. '블랙스완(백조의 호수-우리만 아는 이야기)'은 백조의 호수에 한국 전통무용과 음악을 입혀 재해석한 뮤지컬이다.
백조의 호수가 무명의 시간을 거쳐 진가를 발휘했듯 한국 전통무용과 공연이 대중의 무관심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주인공 역시 백조가 아닌 흑조다. 왕자의 사랑을 얻길 원하지만 결국 백조에게 뺏겨버린 흑조는 한국 전통예술의 현재와 닮아있다. 해외 뮤지컬이 대형무대에 올라 관중의 박수갈채를 받는 동안 한국 전통예술은 철저히 외면 받았기 때문이다.
'블랙스완'의 여배우 3인방을 지난 6일 서울 방배동 유민공연기획 연습실에서 만났다. 이들의 인생도 묘하게 흑조를 닮아있었다.
◆ 흑조의 시선으로 풀어 낸 ‘백조의 호수’
‘흑조 윤’을 맡은 이호정 씨(27)는 대학 졸업 직후 연극무대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주목을 받지 못한 연기파 배우다. ‘백조 연희’를 연기하는 이수정 씨(30) 역시 '바나나보트'란 그룹가수로 활동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들은 블랙스완으로 연기 인생에 전환점을 맞고 싶다고 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컸다. 이수정 씨는 블랙스완을 같이 해보자는 제의를 받았던 당시 블록버스터급 뮤지컬에서도 출연 제의를 받았다. 이씨는 블랙스완을 선택했다. 작품의 매력이 그만큼 컸다는 설명이다.
“다섯 살 때부터 12년 동안 발레를 하면서 백조의 호수는 많이 보기도 했고, 직접 공연을 하기도 했죠. 블랙스완은 모두가 알고 있는 백조의 호수와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에서 끌렸어요. 결말도 완전히 달라요. 제목 그대로 ‘우리만 아는 이야기’인 거죠.”
이호정 씨 역시 블랙스완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는 “이번 작품이 초연이라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 이라며 "그러나 멋지게 무대에 올려 자랑스러운 초대 '흑조 윤'이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블랙스완에는 '백조의 호수'에 없는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한다. 원작의 왕과 왕비를 대신해 등장하는 여왕 캐릭터다. 오민애 씨(47)가 배역을 맡았다.
오씨 역시 젊은 시절 대학로에서 월 20만 원으로 고시원 생활을 시작하기도 했다고. 오씨는 "이번 작품을 계기로 상대적으로 소외된 한국적인 것. 블랙스완에 출연한 배우들이 재조명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블랙스완은 백조의 호수란 원작을 모티브로 새로운 시선과 새로운 시도를 녹인 한국형 창작 뮤지컬이잖아요. 여왕 캐릭터도 원작에는 없죠. 대본을 받아든 순간 배우라면 욕심낼만한 역할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많은 분들이 가진 한국적인 것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어요. 배우들이 똘똘 뭉쳐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데 호흡이 좋고, 서로에 대한 신뢰도 굳건하죠. 뭔가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 색다른 장르에 걸맞는 새로운 시도 ‘눈길’
블랙스완은 한국형 창작 뮤지컬이란 색다른 장르를 관객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를 작품에 얹었다.
무대 세트에 신경을 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관객이 공연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배우들의 연기에 힘을 빼고, 무대 세트에 공을 들였다.
관객들과 배우가 편하게 대화하는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평면 무대에 비탈을 만들어 관객과 배우가 서로 마주보기 좋은 눈높이를 만들었다. 무대 세트에 바로 영상을 쏴 무대 자체가 스크린이 되는 기법도 새로 시도했다. 세트를 6개로 쪼개 핀 조명을 바꿔가며 빠른 진행도 선보일 예정이다.
새로운 기법이 시도되는 만큼 배우 못지않게 스태프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내 최고 수준의 음향감독과 무대감독으로 제작진을 꾸렸다. 빈틈없는 연출력으로 배우와 관객의 거리 좁히기에 나선다.
블랙스완을 기획한 강현준 대표는 “흑조는 우리 소리에 현대적 감성이 녹아있는 이야기와 퍼포먼스를 결합한 한국형 창작 뮤지컬” 이라며 “외면받던 정통 사극이 현대적 감성과 위트의 옷을 입은 퓨전사극으로 변하자 대중들이 폭발적인 지지와 사랑을 보냈던 것처럼 흑조를 통해 한국적인 것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블랙스완은 광진구 나루아트센터(656석)에서 다음달 13일부터 26일까지 2주일간 관객과 만난다.
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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