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뮤지컬 배우 여시현 “나의 꿈은 그냥 배우가 아니라 최고의 뮤지컬 배우”

입력 2013-11-08 21:30  


[박윤혜 기자] 독특한 스토리를 담은 유쾌한 뮤지컬 ‘사랑의 이루어 드립니다(이하 사.이.다)’가 뮤지컬계에 이슈를 몰고 왔다. 대학로 공연을 앞두고 무서운 티켓 파워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을 이루어 주는 램프의 지니가 21세기에 스마트 폰으로 나타난다”는 콘셉트도 뜻밖이면서 신선하다.

‘사이다’의 티켓 파워 이면에는 뛰어난 연기실력과 훈훈한 외모를 갖추고 있는 배우들의 인기도 한몫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관객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배우는 여자 주인공 ‘장미’ 역할을 맡은 여시현이다.

“뮤지컬 배우이기 때문에 탄탄한 성량을 가진 글래머러스한 몸매의 소유자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뒤엎고 새하얀 원피스의 가녀린 몸매의 그가 스튜디오로 들어왔다. 검은색 긴 생머리와 대조적인 새하얀 얼굴, 요즘 유행하는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나타난 여시현은 빛나는 외모 덕분에 등장부터 주변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지나친 시선이 쑥스러운 듯 조용하게 스튜디오로 들어와 얌전히 앉아 있는 그는 영락없는 요조숙녀의 모습. 역시나 그랬다.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성장 과정에 대해서 물어보았더니 부모님의 사랑을 잔뜩 받고 자란 귀한 외동딸이며 대구에 있는 예술고등학교와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했다고 한다.

무용을 전공했는데 어떻게 뮤지컬 배우가 되었을까? 이 물음에 여시현은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으니까요”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처음에 뮤지컬을 시작했을 때는 무용과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댄서나 무용수 역할의 단역만 들어왔었어요. 하지만 뮤지컬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서 뭐든지 열심히 했죠”라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부족함 없이 곱게만 자란 듯한 여시현에게도 어려움이 있었을까. 이 물음에 여시현은 의외의 대답을 했다. “사실은 부모님의 반대가 무척이나 심해서 집안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대구에서 가출하다시피 서울로 올라왔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배고프다고 하잖아요. 근데 정말 이 정도로 힘들 줄은 몰랐어요. 연습은 해야 하고 아르바이트할 시간도 부족해서 생활비가 항상 부족했죠”라며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에 생활비도 없이 어떻게 버텼을까. 이 질문에도 밝은 표정으로 “저는 정말 인복이 타고났나 봐요. 정말 좋은 분들을 만나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라며 “처음에는 가장 친한 친구가 서울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친구네 집에 같이 살게 되었죠. 또 생활비를 벌기 위해 옷가게에서 일했는데 사장 언니가 ‘나도 배우가 꿈이었다. 넌 열심히 하니깐 잘 될 거야’라며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셨어요”라며 멋쩍은 듯 웃어 보였다.

지인들이 도와주었다고 하지만 여시현의 서울생활은 만만하지 않았다. 매번 오디션에 참여했지만 번번이 낙방했었다. 그러다 처음으로 합격한 오디션에서 작은 단역을 얻게 되었다. 처음으로 얻은 배역에 아르바이트도 포기하고 3개월 동안 정말 주변에서 “독하다” 소리를 들어가며 열심히 연습했다고 한다. 그런데 첫 무대가 될 줄 알았던 공연은 투자자의 도주로 인해 연습비도 받지 못하고 무산이 되어 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너무 화가 났고 그다음에는 밀려있던 생활비가 너무 막막했어요. 나중에는 뮤지컬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까지 들었어요”라며 그때의 서러움이 떠올랐는지 눈시울을 붉혔다. “그렇지만 같이 살았던 친구가 항상 ‘넌 할 수 있어’라고 응원해주어서 정신적으로 크게 의지가 되었어요”라며 밝게 웃어 보였다.


이것 외에도 여러 가지 시련이 있었지만 여시현은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작은 단역에서 지금의 여주인공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아직도 연습실에서는 “몸을 혹사 시킨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열심히 연습한다.

여시현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열정적일 수 있었을까. 처음과 같은 답변이었다. “꿈이니까요” 그럼 “이미 뮤지컬 배우가 되었으니 꿈을 이룬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도 “저는 그냥 뮤지컬 배우가 아니라 최고의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고 당차게 대답했다.

온실 안의 화초같이 가녀려 보였던 그의 첫인상은 인터뷰가 끝날 때쯤은 열정과 에너지를 가득 담고 있는 작은 거인으로 인상이 바뀌어있었다. 그의 얼굴 너머로 제2의 옥주연 그리고 앤 헤서웨이의 모습이 보이는 듯도 했다. 과연 사랑을 이루어 주는 램프의 지니는 여시현을 최고의 뮤지컬 배우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 그의 앞날에 더욱 큰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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