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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은 먹어보지 못하고 떠나면 후회할, 훌륭한 맛의 음식들을 구석구석 숨겨둔 미식의 도시다.
빈에서 현지인과 밥먹는 시간은 기본 두 시간 안팎이다. 빈의 식탁 위에서, 대화는 수없이 많은 맛있는 음식들을 오랫동안 먹기 위해 여기저기 조금씩 첨가하는 양념일 뿐이다.
표준어법에 근거한 영어식 발음 ‘빈’과 우리가 친근하게 말하는 비엔나. 자장면과 짜장면이 다른 느낌이듯, 빈과 비엔나는 음식 명사가 뒤이어 붙을 때 확연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발음해볼까? 비엔나커피, 빈커피, 비엔나소시지, 빈소시지. 커피와 소시지를 선봉에 세운 빈의 맛있는 음식들을 소개한다. “말차이트!” (‘맛있게 드세요!’라는 독일어다.)
빈의 전통음식, 비너 슈니첼과 타펠 슈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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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니첼은 계란옷을 입혀 굽거나 튀긴 고기 요리, 즉 커틀릿을 뜻하는 독일어다. 우리가 즐겨 먹는 돈가스의 조상 격인 비너 슈니첼은 돼지고기 대신 송아지고기를 납작하고 얇게 다진 뒤 밀가루와 계란, 빵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겨낸 것이다. 노릇노릇 바삭하게 익은 튀김옷 위로 레몬즙을 뿌려 먹으면 상큼함이 더해져 느끼한 맛이 덜하다. 고기와 밀착된 튀김옷이 아삭하게 씹히는 식감, 입안으로 번지는 기름과 고기의 조화로운 풍미에 ‘원조는 다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문제는 양이다. 지름 30㎝가량의 어마어마한 크기의 그릇에 두 겹으로 포개져 나오는 비너 슈니첼의 양은 서울의 유명한 왕돈가스도 울고 갈 만하다. 하지만 걱정은 접어두자. 곁들여 나오는 사워크라우트와 함께 먹으면 슈니첼이 술술 넘어간다. 사워크라우트는 독일식 양배추절임인데, 맛과 향이 묵은지와 비슷한 느낌이다. 남은 음식은 포장도 해주므로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허기가 질 때쯤 한 조각씩 꺼내 먹거나 맥주 한 캔 사서 공원 벤치 아무 데고 앉아 안주 삼아 먹기에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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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슈니첼 이야기로 돌아가자. 비너 슈니첼로 가장 인기 있는 레스토랑은 비엔나 7구역에 있는 슈니첼 비르트(wirt)다. 맛도 좋지만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다른 슈니첼 전문 레스토랑보다 30% 정도 싼 가격이다. 엄청난 양, 훌륭한 맛, 착한 가격의 삼박자를 고루 갖춘 최고의 인기 맛집인 만큼 예약은 필수다.
해외를 다니면서 집 생각이 안 날 만큼의 한국적인 맛을 꼽으라면 단연 타펠 슈피츠다.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요제프의 다이어트 음식으로 유명한 타펠 슈피츠는 오래 삶아 기름기를 뺀 소 허벅지살을 얇게 썰어 으깬 감자, 시금치, 아펠크렌(사과와 고추냉이를 갈아 만든 소스) 등을 곁들여 먹는다. 담백하고 부드러운 고기 맛은 수육과 비슷하고, 오랜 시간 우려낸 뽀얀 수프는 갈비탕과 흡사하다. 김치가 생각난다면 앞서 언급한 사워크라우트를 곁들여 보자. 갈비탕 위에 얹은 묵은지와는 미묘하게 다른 매력적인 맛에 더없이 행복해진다. 타펠 슈피츠로 유명한 레스토랑은 쇤부른궁전 근처의 플라후타(plachutta.at). 고르바초프, 플라시도 도밍고, 펠레, 우디 앨런 등 세계 유명인사들이 거쳐간 아름다운 맛의 타펠 슈피츠 명가여서 예약은 필수다.
달콤 쌉쌀한 도시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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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100년의 역사는 훌쩍 넘긴 클래식한 카페들을 뿌리로 수많은 카페들이 가지를 뻗어 빈 특유의 카페 문화를 형성했다. 카페 문화가 번성하면서 수많은 종류의 디저트도 더불어 발전했다. 초콜릿, 케이크, 마카롱 등의 명성이 자자한 디저트 숍들은 게른트너 거리를 중심으로 늘어서 여행자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빈 사람들이 그들의 카페 문화에 유난한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
빈의 카페는 아침부터 붐빈다. 사람들은 카페에 들러 간단한 아침을 먹으며 나무틀에 끼워둔 수십 종의 신문을 훑어보고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구미에 맞게 마신다. 아메리카노 위에 휘핑크림을 듬뿍 얹은 비엔나커피의 정식 이름인 아인슈페너, 커피와 거품 낸 우유를 반반 섞은 부드러운 맛의 멜랑쥐, 커피에 럼주를 넣고 휘핑크림을 얹은 피아커 등 공인된 커피의 종류만 30가지가 넘는다.
커피와 뗄 수 없는 궁합의 디저트인 케이크는 유한한 위장의 면적과 소화 능력이 사무치게 아쉬울 만큼 그 종류가 다양하다. 특히 자허 토르테는 절대 놓쳐서는 안될 맛이다. 초콜릿 스펀지에 살구잼을 바르고 다시 초콜릿으로 코팅한 뒤 차갑게 굳힌 케이크의 한 종류로, 생크림과 곁들여 먹는 맛이 경이로울 만큼 향긋하고 달콤하다.
햇와인에 취해 노래하고 춤추는 호이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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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은 와인 산지다. 포도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그해 처음 수확한 와인을 나눠 마시는 전통이 이어져 수많은 호이리게들이 생겨났다. 호이리게란 ‘햇와인’ ‘햇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곳’이라는 두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 빈을 방문한다면 꼭 들러야 하는 명소가 됐다.
그린칭에서 가장 유명한 호이리게이자 가장 유서 깊은 바체 헹글은 1127년 문을 열었다. 노란 담장을 따라 들어서서 아담하고 깊은 마당을 가로질러 정문 앞에 서면 문 위에 살포시 걸어놓은 솔가지를 볼 수 있다. 정문에 솔가지가 걸려 있다면 호이리게를 판매한다는 그린칭만의 기표다.
내부로 들어서자 왁자지껄 들뜬 분위기다. 실내 인테리어는 오스트리아 전통가옥을 그대로 재현한 듯 클래식하다. 영화에서나 보았을 법한 선술집 분위기 그대로다. 푸짐한 오스트리아 전통음식과 함께 어우러지는, 올해 수확해 갓 양조한 와인 맛이 상큼하다.
오스트리아는 좋은 와인으로 유명하지만 대부분 국내에서 소비되는 탓에 수출 물량이 부족하다. 오스트리아 와인이 해외에 비교적 덜 알려진 것은 이런 까닭이다. 질 좋은 와인과 흥겨운 분위기에 취해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아코디언, 바이올린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리듬과 화음에 몸을 맡기고 흥을 돋우느라 여념이 없다. 각자가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흥겨운 몸짓이 하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밤. 빈은 아름답고 우리는 즐겁다.
빈(오스트리아)=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
■ 여행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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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사람과 식사할 때 식탁 위로 팔꿈치를 올리는 것은 실례다. 아이들을 교육할 때 엄격하게 금하는 행동일 정도다. 코스 요리를 먹을 경우 음식이 나오는 시간 간격이 길어서 오래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빨리 달라고 재촉하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하다. 대부분의 식당은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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