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관법 '장외영향평가制' 1년 늦춘다

입력 2013-11-11 21:19  

2016년부터 단계 적용키로

영세·중소기업엔 최대 5년간 평가 면제도
대상기업 30만곳서 1만5000곳으로 줄 듯



[ 김주완 기자 ]
정부는 산업계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되는 화학물질 장외영향평가제도의 시행 시기를 1년 늦추기로 했다. 또 중소·영세 기업들에 대해선 최대 5년까지 평가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법적용 대상 기업은 당초 30만곳에서 1만5000곳 안팎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장외영향평가제도는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들이 화학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장 외부에 미치는 피해 규모 등을 작성해 제출하는 제도로 기업들에 과도한 부담을 지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독소조항 손질한다

1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의 시행령 초안을 작성 중인 ‘화학물질 안전관리 협의체’는 이 같은 내용을 시행령에 담기로 했다. 이 협의체는 지난 5월 제정된 화관법이 산업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해당 시행령에 반영하기 위해 만든 태스크포스(TF)다. 산업계, 민간단체, 전문가, 정부 관계자 등이 두루 참여하고 있다.

2015년부터 시행되는 화관법은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을 설치·운영하는 업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이들에 장외영향평가서 작성과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산업계는 과도한 비용 부담을 이유로 장외영향평가제도를 독소조항으로 꼽아왔다. 특히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은 영세·중소업체들의 반발이 심하다. 한국생산기술원에 따르면 비교적 규모가 큰 국내 6794개 사업장만 조사한 결과 향후 장외영향평가를 받는 데 필요한 직접 비용만 최고 3397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업계에서는 대상 사업장을 30만곳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공정안전보고서로도 대체

화학물질 안전관리 협의체는 이에 따라 시행령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대폭 줄여주기로 했다. 우선 장외영향평가제도 시행을 1년 유예해 2016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또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영세업체들에 대해 기업규모별로 법 적용을 1~5년 유보하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유해화학물질 유통량이 많은 상위 5% 업체에 먼저 적용하고 취급량이 적은 기업들은 순차적으로 장외영향평가서를 내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해화학물질을 극미량 사용하는 업체들에 대해서는 장외영향평가서 대신 취급량 증빙자료만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다.

협의회는 이와 함께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정부에 제출하고 있는 ‘공정안전보고서’를 꼼꼼하게 작성한 업체에 대해 장외영향평가서 작성을 면제해 주기로 했다. 공정안전보고서 제출 대상은 인화성 가스(연 취급량 5t), 인화성 액체(연 취급량 5t) 등 21개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로 화학물질을 다루는 대부분의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해당된다. 공정안전보고서에는 산업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화학물질 설비 등을 보유한 업체들의 위험성 평가, 비상조치 계획 등 장외영향평가서와 중복된 내용이 담겨 있다.

환경부는 이와 함께 업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년에 취급 화학물질 유해범위 등을 자동으로 산정해주는 범용 프로그램을 만들어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화학물질, 취급량, 공정 방법 등을 입력하면 장외영향평가서의 핵심인 위해 범위 등이 바로 계산된다. 환경부는 다음달 화관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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