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들린 지휘…'봄의 생명력' 늦가을 적시다

입력 2013-11-11 21:34   수정 2013-11-12 05:09

한경 창간 49주년 기념 베를린필 첫날 공연 대성황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의 황홀한 '120분 드라마'
12일 예술의전당서 불레즈·브루크너 명곡 등 선사



[ 이승우 기자 ]
“모든 음악은 현대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흐의 작품은 마치 어제 작곡된 것처럼, (현대 작곡가인) 진은숙과 불레즈의 곡은 지난 수세기 동안 연주돼 온 것처럼 연주해야 해요. 모든 음악에 동시대성을 부여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끄는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사진)은 11일 이렇게 말했다. 한국경제신문과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한경 창간 49주년을 맞아 공동으로 마련한 내한공연을 앞두고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베를린필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11일 첫날 공연을 한 데 이어 12일 한 차례 더 공연한다. 래틀은 “한국 관객처럼 클래식 음악에 높은 관심을 가진 청중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는 말로 2년 만에 다시 방한한 소감을 대신했다.

베를린필은 11일 슈만의 교향곡 1번과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연주한 데 이어 12일에는 불레즈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노타시옹’과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을 들려줄 예정이다. 독일 낭만파를 대표하는 슈만부터 1990년대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들고 온 셈이다. 특히 래틀은 “최근 20~30년간 현대음악이 많은 발전을 거뒀다”며 “신진 작곡가들이 어떤 곡을 만들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현대음악은 커다란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첫날 연주한 ‘봄의 제전’과 슈만 교향곡 1번에 대해 래틀은 “두 곡 모두 ‘봄’이란 테마를 사용했지만 정반대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슈만 교향곡이 봄의 기쁨을 담고 있는 데 비해 ‘봄의 제전’은 세계대전 등의 역사적 배경이 녹아들어 다소 암울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둘째 날 청중과 만날 ‘오케스트라를 위한 노타시옹’과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은 음식에 비유했다.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은 시적이고 친숙하며 오스트리아의 서정성을 느끼게 하는 대작입니다. ‘노타시옹’은 브루크너 교향곡의 양념 역할입니다. ‘김치’와도 같아요. 맵고 즉각적이고 똑똑하죠. 다른 비유도 가능합니다. 브루크너 교향곡이 고급스러운 ‘로스트 비프’라면 ‘노타시옹’은 ‘수프’입니다. 두 곡이 부족한 점을 서로 채워 완벽한 맛을 추구할 수 있게 됐죠.”

래틀은 2018년 베를린필과의 계약이 끝나지만 재계약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올해 초 발표했다. 세계 각국 교향악단이 그의 거취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다른 유력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들이 연쇄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래틀은 “5년은 매우 긴 시간”이라며 “배우들이 6개월 뒤에 무엇을 찍게 될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베를린필의 두 차례 공연에 앞서 이틀 연속 ‘오픈 리허설’이 진행됐다. 11일에는 지적장애 발달장애 등을 겪고 있는 학생들로 구성된 ‘온누리 사랑 챔버오케스트라’를 초청했고 12일에는 수술이나 장비를 통해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있는 아이들로 이뤄진 ‘사랑의 달팽이 클라리넷 앙상블’을 초청했다. 금호영재 금호영아티스트와 서울대 오케스트라 학생들도 초대해 베를린필의 리허설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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