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안재석 기자 ] 이병기 주일본 한국대사가 13일 오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최근의 한·일 관계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일본 총리가 한국대사와 총리 관저에서 별도의 만남을 갖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주일 한국대사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아베 총리가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양국이 여러 분야에서 협력하기를 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 대사는 “한·일 관계가 상호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조속히 안정화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를 여는 지도자가 돼 달라”고 말했다.
역대 주일본 한국대사들은 일본 총리와 단독으로 만나는 기회를 거의 갖지 못했다.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총리와의 별도 만남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보통은 한국에서 외교부 장관 등 고위 인사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동반해서 총리를 만나는 정도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이번 만남에 대해서는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한 일본의 유화 제스처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엇갈린다. 양국 관계의 경색 원인을 일본이 아닌 한국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아베 정권의 ‘책임 회피’ 전술은 최근에도 여러 차례 확인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측근으로 불리는 세코 히로시게 관방 부장관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10일 일본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일본과 사이좋게 지내면 (한국은)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없고 정치적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상대방(한국) 사정으로 정상회담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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