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당 1만~2만弗 수입, 1만명만 시청해도 수익
[ 유재혁 기자 ]
회사원 이정태 씨(30)는 최근 미디어를 통해 접한 외국 액션영화 ‘비히클 19’을 보러 극장에 갔지만 볼 수가 없었다. 개봉 1주일도 안 돼 막을 내린 까닭이다. 이 영화는 전국 11개 스크린에서 상영돼 관객 5600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이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 또 다른 외화 ‘아프리카의 여왕’은 단 1개 스크린에서 개봉돼 2900명을 동원한 채 막을 내렸다. 1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12일까지 상영된 박스오피스 상위 100위권 영화 가운데 30여편의 외화가 관객 수 1만명을 밑돌았다. 상영 중인 외화가 너무 많아서다.
영화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1월1일부터 9월 말까지 상영된 외화는 577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40편보다 31% 늘었다. 2011년(258편)에 비해서는 136%나 증가했다.
외화가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것은 극장 상영 외에 주문형비디오(VOD), DVD 등 부가판권 시장이 커지면서 영화사들이 마구잡이로 외화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 올 상반기 디지털 온라인 영화시장 매출규모는 12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4% 증가했다. 특히 인터넷TV(IPTV)와 디지털케이블 TV에서 VOD 매출은 작년보다 51.8% 급증한 782억원에 달하며 성장세를 주도했다. 올레TV 등 IPTV 가입자가 늘면서 집에서 유료로 영화를 시청하는 습관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VOD 시장에서는 한국영화 흥행작에 대한 수요가 가장 크고 그다음이 외화다. 올 상반기 VOD 시장에서 ‘브레이킹 던2’가 이용 건수 24만건으로 외화 매출 1위에 올랐다. ‘테이큰2’(23만건·2위) ‘레미제라블’(21만건·3위) ‘잭 더 자이언트 킬러’(20만건·4위) ‘호빗:뜻밖의 여정’(16만건· 5위)이 뒤를 이었다. 이들 영화는 극장 흥행 후 추가 수입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이보다 작은 규모의 외화들은 아예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고 VOD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편당 시청료 2000~3000원의 영화를 1만명이 시청하면 2000만~30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할리우드 대작을 제외한 외화 수입가는 편당 1만~2만달러여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영화를 단 1개 극장에서 개봉하는 이유는 개봉작이란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다.
한 외화 수입업자는 “수입 외화를 스크린에서 개봉한 뒤 곧바로 VOD 시장에 내보낸다”며 “작은 규모의 외화는 순전히 VOD 시장을 겨냥해 수입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영상물등급위원회에는 등급분류를 신청한 외화들로 넘쳐나고 있다. 올해 등급분류를 신청한 외화는 지난해 773편보다 32% 증가한 1025편으로 예상된다. 지난달에만 100편이 넘었다. 이 때문에 평균 10일 이내였던 등급분류 처리기간이 17~20일 정도로 길어졌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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