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를 만든건 바로 자신과의 화해
황선혜 < 숙명여대 총장 hwangshp@sm.ac.kr >
‘1909년 나는 뉴욕에서 가장 불행한 청년이었다. 트럭 세일즈맨으로 근근이 살아가던 나는 트럭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정작 비참한 것은 내가 하는 일이 내 청년시절의 꿈이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그리고 나는 루비콘강을 건너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되는 데일 카네기의 고백은 100여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지금의 청년들에게도 충분한 공감을 일으킨다. 카네기의 새로운 도전, 그것은 진정한 자기수용, 현실수용, 그리고 자신과의 화해를 바탕으로 한다는 뼈저린 인식 속에서 잉태됐다.
이 책의 서두에서 이제는 ‘거울 앞에 선’ 카네기가 자신의 대학시절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한걸음씩 조화시켜나가고 있는지를 담백하게 보여준다. 그는 돈을 버는 것보다는 인생을 풍성하게 살아내는 것에 눈을 뜬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트럭 세일즈라는 직업을 떠나 뉴욕으로 간다. 이미 가지고 있는 자신의 교사 자격으로 컬럼비아대 평생교육과정의 교사로 지원했으나 낙방하고 만다. 그러나 YMCA의 야간과정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교사를 시작하여 좋은 성과를 올린다. 그가 가르치는 주제는 대중연설에서부터 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문제 해결을 위한 동기부여’를 하는 일이었고, 해를 거듭할수록 자신감을 갖는 학생들을 보면서 보람을 찾게 된 것이다. 그리고 현실 문제를 다루는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출간한다.
두어 해 전 가을학기, 나는 이 카네기 책을 수업 교재로 사용하기로 했다. 포켓북 사이즈여서 갖고 다니기 좋다는 이유까지 곁들여 이 ‘오래된’ 청년의 인생스토리에 담긴 지혜를 강의실에 펼쳐놓았다. ‘How to Stop Worrying and Start Living(카네기 인간관계론)’이라는 이 교재와 네 권의 책을 더하여서, 학생들은 카네기의 꿈과 냉혹했던 현실, 그리고 그 괴리 속에서 고민을 나누었던 많은 사람들을 책 속에서 만나는 행운을 누렸으리라.
한 학생이 기억 난다. 드디어 자신의 삶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가부장적이고 강압적인 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거부에서 수용으로 전격적으로 전환하고, 결국 그간의 모순된 자신과 ‘화해’한 것이리라. 바로 그 지점에서 자기다운 삶을 시작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학생의 담담한 고백이 뜻밖에도 여러 학생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황선혜 < 숙명여대 총장 hwangshp@sm.ac.k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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