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간감성 R&D라야 진짜 창조경제

입력 2013-11-13 21:34   수정 2013-11-14 05:29

"뛰어난 기술·기능보다 중요한 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감성 요소
기술개발의 밑바탕은 역시 '인간'"

이기섭 <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 >



기술의 발전은 인류에게 더 윤택한 삶을 제공하고 안전을 보장해줄 뿐 아니라 사회시스템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18세기 증기기관의 출현으로 산업사회가 시작된 데 이어 20세기 중반에 컴퓨터의 출현으로 정보화 사회가 도래하는 등 사회 변화는 항상 기술혁신으로부터 시작됐다.

과거 기술혁신이 주도해온 산업사회에서는 제품의 성능이 최우선 가치였고, 기술의 발전은 곧 진보를 의미했다. 그러나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며 세계 시장을 석권했던 한국의 MP3 플레이어 아이리버와 핀란드 노키아의 휴대폰은 애플 아이폰의 등장으로 최강자의 자리를 내놓게 되면서 공급자 중심의 기술혁신으로는 더 이상 시장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독일 미래학자 마티아스 호르크스는 “인간은 똑똑한 기계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사람은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인간 본성에 충실한 제품, 보다 더 인간적인 삶을 가능케 하는 기술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한 기술은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 세계가 아이폰에 열광한 이유는 다양한 기능과 뛰어난 성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별다른 설명 없이도 쉽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인터페이스 등 디자인과 편의성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람을 만들어내는 기술 외에 단순한 디자인과 안전성으로 선풍기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은 영국 다이슨사의 날개 없는 선풍기 역시 아이디어와 창의성 그리고 디자인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성공할 수 있었다.

인간의 마음을 이끄는 직관적인 요소를 갖춘 시장중심적이고 인간중심적인 기술은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을 때 구현할 수 있다. 기술을 개발할 때도 기술보다는 사람의 니즈(needs) 파악이 중요하며 연구자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와 함께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최근 들어 증가하는 노력이 인문학과 사회학에 대한 관심 및 다른 분야와의 융복합이다.

애플사의 대표적인 직관적 기술은 마우스를 이용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와 멀티터치 기능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기술에는 원조가 따로 있다. 애플사는 유용하지만 접근성이 낮은 기술을 더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대중적 기술로 개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애플식 연구개발(R&D)이다. 다른 회사들이 획기적인 기술을 발명하고 ‘이렇게 좋은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건 소비자가 똑똑하지 못한 거야’라고 생각하는 동안 애플사는 실생활을 더 윤택하고 편안하게 해줄 기술을 찾는 셈이다. 그리고 이런 R&D에 한 해 동안 34억달러, 우리 돈으로 3조8000억원을 사용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기술의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로서의 자리에 만족하며 기술 선도자(first mover)로 나서기에 소홀히 한 점이 없지 않다. ‘남과 같아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이제는 한국도 창조경제 시대에 걸맞은 기술의 리딩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 사람을 이해하는 인간중심의 기술은 저성장의 늪에서 우리 경제를 회생시킬 뿐만 아니라 성장의 돌다리를 놓아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기술 R&D의 개념을 인간중심으로 바꿀 때 우리 기업과 기술이 세계 표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며, 21세기 성공의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은 사람을 위해서 존재한다. 기술만능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연구자들이 인간에 대한 가득한 사랑의 마음으로 인간중심의 R&D를 펼쳐나간다면 창의적인 기술과 문화의 융합을 통해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창조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기섭 <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 >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