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가 우수한 기술을 가진 중소·벤처기업 지원에 관심을 갖는 것은 선의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낡은 레코드를 또 틀어대는 것은 심하다. 더구나 정부 업무를 처음 해보는 책상머리 교수 출신 장관도 아니다. 국내 기술금융이 부진한 것은 정책금융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과잉 때문이다. 정책금융 기관마다 온갖 명분을 달아 지원제도를 운영하는 바람에, 미국처럼 시장에서 자기책임 하에 기술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형성될 틈이 없다. 이미 기술보증기금에는 500여 전문인력을 거느린 기술평가센터가 있다. 이 센터조차 시장의 신뢰가 별로라는 상황인데 기술평가기관을 새로 만든다고 무엇이 달라질지 모르겠다. 자칫 관료들의 자리 하나 더 늘리기로 전락할 수도 있다.
정책금융기관들이 기술금융을 지원할 때도 정작 기술이 아닌 재무제표나 재무등급, 신용도 등을 잣대로 삼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 보니 기술개발에 매진해야 할 중소·벤처기업인들이 정책금융 창구를 기웃거리게 된다. 더구나 기술의 가치는 가변성이 높아 일반 채권평가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정부 주도로 정보비대칭을 해소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경쟁력을 갖춘 민간 벤처캐피털 육성, 대기업 출자 허용 등을 통해 시장에서 기술을 평가하게끔 제도를 갖추는 것 외에 달리 해법이 있을 수 없다. 시장이 할 일을 왜 정부가 하려고 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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