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몇 가지 문제

입력 2013-11-13 21:35   수정 2013-11-14 05:28

정부가 시간제 정규직인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계획을 내놓았다. 내년부터 2017년까지 7급 이하 일반직 공무원, 교사, 공공기관 직원 등을 합쳐 모두 1만7000명을 공공부문에서 뽑겠다는 방안도 발표했다. 특히 공무원은 내년 3%를 시작으로 2017년 6%(지방 공무원은 9%)까지 순차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사업주의 사회보험 부담금을 2년간 지원해 주겠다고도 한다. 고용률을 2017년까지 70%로 끌어올리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사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고용률은 2000년대 들어 63% 안팎에서 정체상태다. 작년에는 64.2%까지 올라갔지만 올 들어 10월 현재 60.5%로 떨어졌다. 풀타임 정규직만 갖고는 해결이 어렵다. 직장으로 돌아오는 여성과 은퇴한 중·장년층의 일자리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독일처럼 시간제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몇 가지 문제도 있다. 먼저 세대 간 충돌이다. 시간제 채용을 늘리면 청년층 취업 기회는 줄어든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공공부문이 시간제로만 일자리를 늘리면 청년 일자리가 줄어 고용률을 높이는 효과가 없어진다”고 지적하는 그대로다. 정부가 의무채용비율 확대, 공기업 경영평가 강화 등으로 밀어붙일수록 더 심각해진다. 기업들의 부담도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이를 통해 고용 유연성에 숨통이 트이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시간제 정규직을 요구하는 등 노동계의 요구들 간에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부담은 더 커진다. 정부는 시간선택제 확대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다른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현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시간선택제는 정규직이지만, 반쪽짜리 정규직이다. 고용의 질이 떨어진다는 본질적인 한계가 따른다. 경력 단절 여성과 은퇴층을 위한 보완적 수단이어야지 꼬리가 몸통이 될 수는 없다. 한쪽에서 일자리를 만들면 다른 쪽에서 일자리가 줄어든다. 시간제 정규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부작용을 충분히 감안하면서 추진해야 한다. 고졸 채용 확대가 박근혜 정부 들어 유야무야되고 있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한다. 역시 최종 목표는 양질의 일자리다. 고용률 70%로 끝나는 게 아니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혁신이 있을 때라야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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