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포스코 회장 공식 사의] 鄭 "외압 없었다"지만…정권 바뀔 때마다 회장 낙마 벌써 4번째

입력 2013-11-15 21:22   수정 2013-11-16 03:45

MB맨 회장의 '예고'된 퇴진
세무조사·이석채 사퇴로 압박 커진 듯
김준식 사장 거론 속 윤석만 씨 급부상



[ 서욱진 기자 ]
정준양 회장의 사의 표명으로 포스코는 유상부 전 회장과 이구택 전 회장에 이어 또다시 최고경영자(CEO)가 새 정부가 들어서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낙마하는 사태를 맞게 됐다.

정 회장은 15일 사의를 발표하면서 “외압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재계 인사는 없다. 김만제 전 회장까지 치면 총 4번의 임기 중 교체다. 이번에도 정부는 지분이 없는 민간기업 포스코 인사에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MB맨 회장의 ‘예고’된 퇴진

정 회장의 사퇴 가능성은 새 정부가 들어선 직후부터 줄곧 제기돼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정 회장과 이석채 전 KT 회장만 초대받지 못하면서 퇴진 압력설은 힘을 얻었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 그룹이었던 이른바 ‘영포라인’(영일·포항 출신)의 지원을 받아 회장이 됐다는 의혹 탓에 교체설이 끊이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이 물러날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이었던 정 회장은 차기 회장 1순위로 꼽혔던 윤석만 당시 포스코 사장을 제치고 회장에 올랐다.

정 회장은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지난달 세계철강협회 회장직을 수락한 것도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포스코 직원들도 정 회장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정 회장이 경영을 잘했다기보다는 또다시 정부의 입김으로 후임자가 결정되면 회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포스코는 정 회장의 과도한 인수합병(M&A)과 해외 자원개발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편 정 회장은 이날 포스코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사회가 훌률한 후임자를 발굴하고, 회장직이 원활하게 승계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차기 회장은 누가 될까

정 회장이 스스로 물러나면 포스코 출신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내부 제철소장 출신이 회장이 된다는 관행이 있다”며 “외부 인사들이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자 큰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차기 회장에는 전직 고위 관료부터 현직 공공기관 사장 등 외부 출신만 10명가량이 거론되고 있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원길 국민희망서울포럼 상임고문, 진념 전 부총리, 오영호 KOTRA 사장, 포스코 근무 경력이 있는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김준식 사장(성장투자사업부문장)이 1순위로 꼽힌다. 김 사장은 광양제철소장 출신으로 안팎에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정 회장의 측근이라는 점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기홍 사장(기획재무부문장)은 외부(산업연구원) 출신이라는 게 약점이다. 계열사에서는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과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 정 회장과 회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었던 윤석만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도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포스코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정부 압력으로 회장이 중도 퇴임한다는 인식이 높은데 차기 회장까지 외부에서 온다면 내부 반발은 물론 국민 정서도 곱지 못할 것”이라며 “포스코 내부 출신이면서 ‘정준양 라인’이 아닌 인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영선 포스코 이사회 의장(사외이사)은 “포스코를 가장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이상적인 사람을 뽑는 게 중요하다”며 “절차에 따라 내년 3월 주총에서 차기 회장을 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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