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윤 한일경제협회부회장(한국외대 명예교수)은 1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내총생산(GDP) 3만 달러 전략, 일본의 경험’ 세미나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서 “일본경제가 이른바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고 선진국으로 진입한 원동력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이주최하고,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한 이번 세미나는 중진국 함정에 갇힌 한국경제의 돌파구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부회장은 우리나라가 2007년에GDP 2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7년이 경과했음에도 여전히 2만 2000달러에 머물러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일본은 1987년 GDP 2만 달러를 달성했고, 5년 후인 1992년에 3만 달러를 돌파해 지금은 4만달러까지 성장했다”며 “일본경제의발전 흐름을 짚어보고 우리와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IMF를 전환점으로 한국 경제 구조에 큰 변화가 생겼음을 언급했다. “IMF 관리체제 이후 전문경영인 주도의 경영체제가 자리잡고, 큰 폭의 구조조정이 실시됐다”며 “개별기업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변화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빈부격차심화, 가계부채 확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경쟁력 양극화 등을 부정적 변화로 꼽았다.
“해외수요에 의존한 성장은 한계가 있습니다. 해외수요만큼 내수가 비례적으로 증가해야 정상적인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는데, 한국 경제는 구조적으로 내수가 성장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IMF 이후 내수가 증가하지 못하는 경제 구조가 한국경제에 저성장시대를 가져왔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한국경제의 취약점이자 일본경제의 강점인 ‘중소기업’에 주목했다. 그는 “내수를 강화하기 위해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우리 경제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많은 노동력을 흡수해야 할 중소기업은 더 어려워지고, 대기업은 더 발전하고 있는 한국 경제 구조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일본은 산업화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적 보완관계를 구축했다”며 “대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중소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입한 결과,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에 중심이 되고, 자체적으로기술경영 자본을 축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모기업과 자기업의 협력관계로 만드는 것이 중소기업 정책의 핵심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위기를 극복하는 ‘일본식 경영’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일본식 경영을 “고용은 보장해주되 임금은 신축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경영방식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노동조합이 흡수하고, 노동자들이 어떤 선택이 자신들에게 유리한지 비교, 결정할 수 있는구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조강연자로 나선 이 회장 외에도 이날 세미나에는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실장, 서정해 경북대 교수, 이형오 숙명여자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했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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