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소람 기자 ]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기출문제를 불법으로 유출해 강의를 한 서울 강남 일대 어학원 관계자들과 전문브로커 등 22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김영문)는 SAT 기출문제를 불법으로 빼내 유통한 브로커 8명과 이를 강의에 사용한 학원 12곳의 운영자 및 강사 14명 등 총 22명을 적발해 이 중 21명을 저작권법 위반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군인 피의자 1명은 군검찰로 이송했다.
SAT는 미국 대학수학능력 시험의 일종으로 비영리단체인 칼리지 보드가 저작권을 갖고 있고 ETS가 실제 시험문제 개발·관리, 시험 운영 등을 주관하고 있다. 기출문제 유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고 이를 이용한 학원 강의도 불법이다.
검찰에 따르면 기소된 브로커 김모씨(22)는 SAT 기출문제를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뒤 이를 학원 강사와 또 다른 브로커, 수험생 등에게 판매해 왔다. 그는 201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총 358회에 걸쳐 이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유통해 2억2000여만원을 챙긴 혐의(저작권법 위반)를 받고 있다. 적발된 브로커들은 비공개 기출문제는 최고 30만원, 공개된 기출문제는 최고 2만원 등을 받고 유통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A어학원 원장 김씨는 미국 괌에서 실시된 SAT 시험장에 카메라를 숨기고 들어가 문제를 촬영하려다 적발됐다. 김씨는 또 1인당 10만원을 주고 아르바이트생 4명을 고용해 지난해 5월 한국에서 실시된 SAT 시험문제를 암기해 오도록 한 혐의(업무 방해)도 있다. 또 다른 어학원 경영자인 다른 김모씨도 인터넷 등을 통해 브로커에게서 SAT 기출문제를 4700여만원에 사들여 학원에서 강의한 혐의를 받았다.
2007년 1월 당일 미국 뉴욕에서 치러질 예정이던 SAT 문제의 답안을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게시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SAT 스타 강사’ 제프리 손씨(42)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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