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에 묵혀둔 댄스 슈즈 5년 만에 꺼내 신고 연기
[ 송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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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게 몰입했나 봐요. 그때는 굉장히 우울했고 사람들을 만나는 게 힘들어 집에서 나가지 않았어요. 고통스러웠지만 공연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위안을 삼았어요.”
이번엔 ‘팜파탈’의 대명사 카르멘이다. 내달 6일부터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되는 뮤지컬 ‘카르멘’(노먼 알렌 극본,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에서 주인공 카르멘 역을 맡았다. 지난 15일 남산 연습실에서 카르멘의 상징인 ‘플라멩코’ 춤 연습을 끝내고 한국경제신문사를 찾은 그에게서 더 이상 ‘민자영’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생기와 활력이 넘쳤고 많이 웃었다.
“작품과 배역에 따라 평소 걸음걸이도 바뀌고 눈빛과 기운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카르멘은 에너지가 넘치고 분위기를 주도하고 사람들을 이끄는 캐릭터거든요. 제가 춤을 참 좋아하지만 무대에서 춤을 추고 열정을 불사르는 배역은 맡은 적이 없어요. ”
차지연은 2006년 ‘라이언 킹’의 원숭이 주술사 역으로 데뷔한 이후 ‘마리아 마리아’의 창녀, ‘시왓아이워너시(See What I Wanna See)’의 게이샤, ‘서편제’의 눈먼 소리꾼, ‘아이다’의 흑인공주 등 주로 상처받고 눈물 많은 배역을 맡았다. 관능적인 매력을 뽐내며 뭇 남성을 유혹하는 캐릭터는 카르멘이 처음이다.
“뮤지컬의 카르멘은 오페라나 원작 소설과는 또 다릅니다. 뮤지컬만의 감성을 가진, 보다 거칠고 본능적이지만 순정을 잃지 않는 카르멘이죠. 욕심이겠지만 정형화되고 틀에 박힌 섹시함이 아니라 가만히 있어도 풍겨 나오는 섹시함으로 카르멘을 표현하고 싶어요. ”
차지연은 카르멘을 통해 5년 전 꿈도 이뤘다. 2008년 플라멩코의 매력에 빠진 그는 스페인에 가서 춤을 배우려고 비행기표를 끊고 댄스 슈즈도 샀지만, 뮤지컬 ‘드림걸즈’에 전격 캐스팅되는 바람에 포기했다. 대신 ‘드림걸즈’의 뚱뚱한 ‘에피’ 역을 소화하기 위해 18㎏가량 몸무게를 불렸다.
“장롱에 묵혀둔 댄스 슈즈를 꺼낼 때 감회가 남달랐죠. 안무 선생님께서 제 체구가 크고 팔이 길어서 플라멩코에 맞는 몸이라고 하더라고요. 첫 시작부터 플라멩코로 문을 여는 등 춤 장면이 많은데 제대로 된 춤을 보여주기 위해 쉬는 시간도 아껴가며 연습하고 있어요.”
차지연은 연기 욕심이 많은 배우다. 뮤지컬뿐 아니라 소극장 연극 무대나 영화에서 특정한 캐릭터와 이미지에 고정되지 않고 다양한 배역을 맡아 연기의 폭과 영역을 넓혀 나가고 싶어 한다. 지난여름 뉴욕에서 관람한 뮤지컬 ‘원스’의 ‘그녀’도 꼭 해보고 싶은 배역이다.
“그동안 해보지 않은 스타일이라서 더 욕심이 나요. 무대에서 에너지를 발산하고 슬픔을 토해내는 게 아니라 안으로 삭히면서 감정을 절제한 연기를 섬세하게 펼쳐야 하거든요. 내년 말 예정된 국내 공연의 오디션을 보기 위해 ‘그녀’에게 요구되는 건반 연주도 틈틈이 연습하고 있어요.”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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