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 규모는 7조1000억원에 달한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가까워지면서 투자자들의 수익 실현 욕구가 커졌기 때문.
펀드 업계에서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마땅한 투자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빠져나간 자금 중 상당수가 다시 펀드로 재투자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8월 이후에도 일부 펀드로는 오히려 자금이 유입됐다. 특히 주식·채권혼합형 펀드의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 눈에 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8월 이후 자금이 유입된 펀드 상위 20개 중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 펀드(6800억원), '슈로더아시안에셋인컴' 펀드(3300억원) 등 주식혼합형이나 채권혼합형 등 혼합형 펀드가 8개로 가장 많았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6개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채권형과 파생형 등이었다.
최근 자금이 들어오고 있는 혼합형 펀드의 특징은 주식형에 비해 기대 수익률은 낮지만 자산배분이나 롱숏전략 등을 통해 위험도를 낮췄다는 것이다. 최근 변동성 높은 장세에서 수익률도 국내주식형 펀드보다 선방하고 있다.
김동석 우리자산운용 차장은 "그 동안 펀드에서 손실을 많이 본 투자자들이 최근 증시 상승으로 겨우 원금을 회복하자마자 환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투자자들은 더 이상 손실을 보기 싫어하기 때문에 안전성을 중시한 펀드를 찾는 것 같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주식혼합형 펀드인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 펀드와 채권혼합형인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30'가 있다. 각각 6800억원, 1200억원이 8월 이후 순유입됐다.
국내주식을 롱숏전략으로 운용하면서 채권 등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각각 연초 이후 수익률이 8.78%, 4.38%로 국내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1.74%) 대비 선방하고 있다.
'삼성알파클럽코리아롱숏' 펀드도 8월 이후 1000억원이 유입됐다. 지난 6월 출시된 새내기 펀드임에도 빠르게 자금을 끌어모았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사고,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미리 파는 롱숏전략으로 절대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주식시장에서 뚜렷한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 안정적인 성과와 절세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롱숏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선진국 주식과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블랙록글로벌멀티에셋인컴' 펀드와 '블랙록글로벌자산배분' 펀드도 각각 1000억원과 700억원 이상을 모았다.
최유미 블랙록자산운용 차장은 "전에는 한국 펀드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주식형에 치우쳐 있었다면 이제는 혼합형 쪽에도 관심을 갖는 중"이라며 "현재 판매중인 펀드 중 제일 반응이 좋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식과 채권을 혼합한 가격 분할매수 전략을 사용하는 '우리Smart Investor분할매수' 펀드로도 500억원이 유입됐다.
주가 움직임에 따라 가격대별 분할 매수를 실시하고, 펀드의 수익률이 5%를 달성될 때마다 주식 비중을 20% 수준으로 낮추는 리밸런싱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는 펀드다.
우리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 9월 목표수익률인 5%를 2차로 달성하면서부터 매일 꾸준히 2억~3억원씩 유입되고 있다"며 "은행과 보험권의 안전성향 투자자들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는 사모펀드와 프라이빗뱅커(PB) 고객 비중이 크지만 내년부터는 검증된 성과를 바탕으로 일반 개인고객에게도 소개할 예정"이라며 "특히 최근 펀드를 환매한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차근차근 들어오기에 매력적인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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