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성 기자 ] 애플과 특허침해 배상액 재산정 재판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애플 변호인이 부적절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며 법정 고발했다. 재판장에게 관련 이의를 제기한 뒤 재판 무효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애플 측 변호인인 해럴드 맥엘히니가 재판정에서 한국 등을 포함한 아시아 기업을 싸잡아 표절 기업(카피캣)에 비유했다는 이유로 고발하고, 재판 진행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맥히일리 변호인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내가 어릴 적 (나를 포함한 미국) 아이들은 집에서 미국기업이 만든 TV를 봤다"면서 "하지만 수많은 미국 기업들이 자신의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지 못하면서 더 이상 그렇지 못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문제가 된 발언이 나왔다. 맥히일리 변호인은 미국인 배심원들을 향해 "우리는 모두 그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및 LG전자, 소니 등 아시아계 기업들이 미국 가전기업의 지적재산권을 무단 도용해 '카피캣' 제품을 쏟아내면서 미국 TV시장을 외국 기업에 결국 빼앗겼다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했다.
삼성전자는 이 발언을 즉각 문제 삼았다. 삼성전자 빌 프라이스 변호인은 "마치 미국 기업이 저작권 피해로 시장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식의 발언은 명백한 증거도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배심원이 모두 평결 토론을 위해 자리를 비운 뒤 재판장인 루시 고 판사에게 이날 공판을 무효화해달고 요청했다. "애플 측 변호인이 인종주의에 호소했다"고 재지적했다.
반면 애플 측 맥히일리 변호인은 "인종과 관련한 어떠한 이야기도 한적이 없다"면서 "특히 아시아인들을 직접 지칭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다른 애플측 빌 리 변호인인은 "나 역시 아시아인이지만 인종차별적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면서 "다만 맥히일리 변호인은 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려했을 뿐이다"라고 두둔했다.
이에 대해 프라이스 변호인은 "'우리 모두 그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다 알고 있다'고 한 말에 대해 (배심원을 포함한) 우리 모두 똑같은 걸 연상했다"고 재반박했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이의 제기 이후 재판 무효도 신청했으나 고 판사는 신청을 기각됐다. 이후 고 판사는 배심원들을 다시 법정으로 불러들인 후 "개인적인 선호 및 선입견 등에 영향을 받지 말아달라고"고 당부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최후진술까지 마친 양사간 스마트폰 특허침해 소송 배상액 최종산정 소송 결과는 이르면 21일 나올 전망이다. 8명 배심원들도 최종 평결을 내리기 위한 평의에 착수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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