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3 Z.E.는 외관상으로는 가솔린 모델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다만 트렁크에 배터리를 탑재하기 위해 차량 길이를 130㎜ 늘렸다. 또 높이를 20㎜ 낮췄고, 휠과 테일램프의 모양을 조금 바꿔 기존 SM3와 차별화했다.
시통 버튼을 누르자 엔진 배기음 대신 계기판에 조명이 켜졌다. 전기차에는 엔진이 없어 조용하다. 대신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와 이 전력으로 움직이는 모터가 있다. 때문에 소음 진동 없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니 차가 튕겨 나가듯 앞으로 달려나갔다. 내연기관 차량은 엔진 회전수가 일정 수준에 도달해야만 최대토크가 발휘된다. 이와 달리 전기차는 출발부터 최대토크를 뿜어내기 때문에 가속감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시속 70㎞ 부근을 지나면서부터 속도가 더디게 올라갔다. SM3 Z.E.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50㎞까지 4.1초 만에 도달해 가솔린 모델보다 1.8초 빠르다. 하지만 출력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고속으로 갈수록 가속력이 떨어져 시속 100㎞까지는 11.5초가 걸린다.
속도가 높아져도 풍절음과 타이어 마찰음이 조금씩 커질 뿐 다른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소음과 진동이 적으니 전반적인 승차감은 가솔린 모델보다 좋았다. 주행성능은 비슷한 느낌이었다.
문제는 배터리. LG화학에서 만든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는 22㎾h의 고용량에 국내 최초로 75%의 용량을 5년 또는 10만㎞까지 보증할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
이 차는 한 번 충전하면 평균 135㎞를 달릴 수 있다. 그러나 급가속을 반복하고 고속으로 장시간 주행하면 주행 가능 거리는 급격히 짧아진다. 실제 이날 다소 ‘거친’ 시승을 끝내고 측정한 실제 주행가능거리는 110㎞ 안팎이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한겨울에는 배터리 소모량이 커 주행가능거리는 더욱 짧아진다. 아직은 빈약한 충전 인프라도 매력을 반감시킨다.
이 차의 판매가는 4300만원이지만 환경부(1500만원)와 지방자치단체(제주도 기준 800만원)의 보조금을 받으면 2000만원 안팎에 구매할 수 있다. 취득세와 등록세 감면 혜택도 있다. 유지비용도 가솔린 차량의 6분의 1 수준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장거리 주행을 하지 않고, 집과 회사 근처에 충전시설이 마련돼 있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차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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