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형 기자 ] 현대건설이 전 세계 55개국에서 781건의 건설공사를 진행하며 쌓은 ‘수주 금자탑’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현장을 누빈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열정 덕분에 가능했다.
현대건설의 첫 해외 건설 사업인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1966~1968년) 공사는 난관의 연속이었다. 비와 습한 날씨 탓에 모래와 자갈 등 골재가 젖어 있기 일쑤였고 건조기로 골재를 일일이 말리는 원시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당연히 공사 속도가 더디고, 기름값도 만만치 않게 들었다. 현장을 방문한 정 명예회장(당시 현대건설 사장)은 “비싼 기름 들어가는 건조기를 쓰지 말고, 골재를 직접 철판에 놓고 구워보자”고 제안했다. 실제 철판 위에서 골재를 굽자 건조기를 이용할 때보다 작업 속도가 2~3배 이상 빨라졌다. 공사에도 탄력이 붙었다. 중동 지역 첫 수주인 바레인 아랍 수리조선소(1975~1978년) 공사 때는 극심한 식수 부족으로 고통을 겪었지만 콜라로 양치질을 하면서 버텨냈다.
1985년 완공 당시 세계에서 세 번째 긴 다리로 기록됐던 말레이시아 페낭대교(1982~1985년) 공사도 많은 뉴스를 남겼다. 퇴근은 물론 휴일도 없이 공사를 진행하는 바람에 현지 언론에는 ‘24시간 내내(around the-clock)’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이란 사우스파 가스전 4·5단계(2002~2004년) 공사 때는 불이 난 배출가스 연소탑을 100일 만에 복구했다. 1000여명의 인력이 동원돼 한국에서 연소탑을 다시 제작한 뒤 비행기로 옮겨와 재설치하는 데 성공하며 예정보다 한 달 빠른 35개월 만에 공사를 끝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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