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동물사육사

입력 2013-11-25 21:39   수정 2013-11-26 05:54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1956년 창경원에서 아침청소를 하던 사육사가 반달곰에게 엉덩이를 물어뜯겼다. 미 8군사령관이 기증한 이 반달곰은 평소 그를 잘 따랐기에 마음놓고 청소하던 중이었다. 산업박람회 참관객들의 음식 냄새를 맡은 곰이 밖으로 나가려다 문이 닫히자 화가 나 그를 공격한 것이었다.

1980~90년대에도 대구에서 사육사가 코끼리에게 내던져져 목숨을 잃거나 불곰에게 물려 숨지는 등의 일이 잦았다. 동물원들이 안전규칙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잇달아 내놨지만 참사는 끊이지 않았다. 동물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돌발적인 상황에 맞닥뜨릴 때 갑자기 이상행동을 보인다.

사육사가 동물의 습성을 꼼꼼하게 파악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출근하자마자 밤새 잠을 잘 잤는지, 배설물 상태나 울음소리는 어떤지를 하나하나 체크한다. 물과 소독약으로 깨끗이 청소하고 제때 먹이를 주는 것도 이들의 일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동물과 교감하며 정을 나눈다. 때로는 조련사 역할도 맡는다.

그러나 사육사를 전문적으로 기르는 교육기관은 거의 없다. 축산학과가 있는 농업고교나 대학의 농업수의학, 축산학, 동물학, 생물학, 애완동물관리학과 등에서 관련 지식을 얻는다. 축산기사와 인공수정사, 동물간호사 등의 자격증을 따면 취업에 유리하다. 연봉은 일반직과 비슷한 수준이다.

‘말하는 코끼리’로 유명해진 삼성에버랜드의 김종갑 사육사는 축산특화학교인 김천농공고를 졸업하고 바로 입사한 케이스다. 그가 코끼리에게 ‘좋아, 안돼, 누워, 아직, 발, 앉아, 예’ 등 한국어 단어 7개를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은 어릴 때부터 수탉과 소 등을 남달리 관찰한 덕분이었다고 한다. 발성기관이 없는 코끼리가 그의 지시대로 코를 입에 넣고 휘파람처럼 소리를 내는 걸 보면 인간과 동물의 교감은 끝이 없을 듯싶다.

하지만 동물은 어디까지나 동물이다. 그저께도 서울대공원 사육사가 호랑이에게 물려 중태에 빠졌다. 제주 테마파크 사육사가 반달곰에게 목숨을 잃은 지 1주일 만이어서 더 충격적이다.

‘장자’에 나오는 호랑이 사육사는 절대로 먹이를 산 채로 주지 않았다. 호랑이의 살기를 경계했기 때문이다. 맹수의 본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살기를 조절한 덕분에 그는 호랑이를 유순하게 길들일 수 있었다. 이는 포악한 군주를 다룰 때의 지혜를 담은 우화이지만, 날마다 생명을 걸고 동물 우리를 드나들어야 하는 사육사들로선 더욱 되새겨볼 필요가 있겠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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