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CEO 연봉제한' 압도적으로 거부한 스위스 국민들

입력 2013-11-25 21:43   수정 2013-11-26 05:51

기업 최고 연봉자 급여를 최저연봉자의 12배로 제한하자는 국민발의안(공정급여를 위한 이니셔티브)이 엊그제 실시된 스위스 국민투표에서 반대 65.3%의 압도적 표차로 깨끗이 부결됐다는 소식이다. 이번 투표에선 특히 26개 모든 주(캔톤)에서 반대가 찬성보다 많았다고 한다. 한 달 전 여론 조사에선 찬성표가 우세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다르게 나타났다.

‘젊은 사회민주주의’ 당이 대기업 CEO의 평균 보수가 1984년만 해도 국민 평균의 6배였지만 2011년에는 43배까지 확대됐다는 것을 문제삼아 국민투표로 밀어붙였던 것이 이번 국민투표의 발단이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상위 2%(4000명)의 연봉을 40만유로(4억5000만원)로 제한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스위스 국민들은 이들 4000명이 내는 세금이 전체 세수의 47%에 달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고연봉자 4000명을 혼내주려고 연봉 상한액을 만든다면 결국 세수는 줄어들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받게 된다는 것을 잘 알아차린 것이다.

더구나 스위스는 다국적 대기업 본사만도 수십개나 있는 나라다. 제약사 로슈나 노바티스, 식품기업 네슬레 등 유명 기업도 즐비하다. CEO의 연봉을 제한한다면 곧바로 이들 기업이 해외로 본사를 옮겨 인재는 유출되고 고용은 줄어들 것이라는 점도 이번 반대의 주된 요인이었다. 자본주의 동력인 캘비니즘이 탄생한 곳이 바로 스위스다. 기업의 경제적 자유가 얼마만큼 중요한지 국민들은 온몸으로 체득하고 있다. 이런 성숙한 시민의식과 행동양식이 1인당 GDP 7만8000달러(2012년)가 되는 국가를 만들어 낸 것이다.

대중의 질시와 분노를 정당화하는 포퓰리즘적 정치가 횡행하는 대한민국이다.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면서 기업활동의 자유를 부인하고 시장 경제 기본을 흔드는 법안들만 넘쳐난다. 급기야 기업 임원의 연봉 공개를 명령해놓은 상황이다. 만 7년째 국민소득 2만달러에서 머무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포퓰리즘을 깨끗하게 걷어내는 스위스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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