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단독] 배고픈 증권사, 배부른 은행 텃밭에 잇딴 ‘도전’

입력 2013-11-26 14:32  

부동산,SOC,인수금융 시장에서 격돌 시작
금리 경쟁으로 기업, PEF 혜택볼 듯



이 기사는 11월21일(14:4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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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증권사’들이 ‘배부른 은행’들을 위협하고 있다. 은행들의 텃밭이던 부동산, SOC(사회간접자본), M&A(인수·합병) 금융 시장에 증권사들이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서다. 포스코건설의 송도국제업무지구 개발용 대출금 차환(리파이낸싱)을 7개 증권사들이 맡기로 한 것은 이같은 변화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은행 '갑질' 못 견디겠다는 포스코
포스코건설은 2002년 미국 부동산 개발회사인 게일과 합작해 송도국제개발도시유한회사(NSIC)를 설립한 이후 자금 조달을 전적으로 은행에 의존했다. 2007년 11월에 받은 신디케이트론도 신한은행이 주관했다. 은행들은 내년 만기에도 NSIC가 ‘롤 오버(만기 연장)’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었다. 대형 은행 관계자는 “최대 채권자인 신한은행이 만기 전에 일부라도 대출금을 갚으라고 NSIC를 압박해왔다”고 말했다. 그룹 신용으로 대출을 일으킨 포스코건설로선 무언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송도국제업무지구를 담보로 잡힌 탓에 개발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개발업체 입장에선 분양이 안 되면 임대를 주거나 개발이 미진한 토지는 따로 매각하는 등 다양한 전략이 필요한데 담보권자이자 채권 회수가 최대 목표인 은행들과 번번히 갈등에 부딪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포스코건설이 세운 새로운 자금 조달 계획에 따르면 포스코측은 ABCP 등의 유동화가 원활하도록 전체 발행 금액의 30% 가량을 후순위 투자로 책임지되 토지, 건물 등을 담보롤 제공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이 각본을 짜고 주연을 맡기는 했지만 이번 ‘작품’의 최대 조연은 증권사다. 이들은 ABCP, ABS를 인수한 뒤 약간의 마진을 얹어 자본 시장에 되파는 방식으로 NSIC의 자금 조달을 도와주는 역할을 맡았다. 7개 증권사엔 시중은행 계열을 제외한 중대형 증권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산 유동화는 증권사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각 증권사별로 많게는 2000억원 정도를 소화하는 것이어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 이후 자기자본을 확충한 대형 증권사들은 자기 계정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골리앗(은행)에 도전하는 다윗(증권)
부동산 금융 시장에선 이미 증권사들이 은행 턱밑까지 추격했다. PF업계 관계자는 “잔고 기준으로는 5대5의 비중을 유지하고 있지만 올해 신규 물량을 기준으로 하면 증권이 9대1로 앞선다”고 말했다.

기업이나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M&A를 할 때 대출을 해 주는 인수금융 분야에서도 증권사들이 잇따라 도전장을 내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MBK파트너스의 웅진코웨이 인수 등 올해에만 6건의 굵직한 인수금융에 주관사로 나섰다. 우리투자(MBK의 네파 인수), 한국투자증권(어피니티의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도 올 들어 처음으로 인수금융 대주단에 참여했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보통 5% 이상의 이자율로 인수금융을 주선하는데 비해 일부 대형 증권사는 4%대로 조달할 수 있다고 제안서를 내 깜짝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SOC금융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민자 사업으로 건설된 지하철9호선의 경우 흥국증권이 은행에서 보험으로 투자자들을 변경하는 과정을 주도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민자 사업인 거가대교 재구조화(투자자 교체)에 아예 직접 대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SOC금융업계 관계자는 “한국증권이 결국 탈락하긴 했지만 워낙 공격적으로 금리 조건을 제시하는 등 경쟁을 부추기는 바람에 거가대교 사업을 발주한 부산시와 경남도청은 은행과 기관투자자들에 지불해야 할 이자를 1000억원이 가량 절감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 시장은 62개사가 5000억원 안팎의 이익을 나눠갖어야 하는데 비해 은행은 최근 수익 구조가 나빠진다고 해도 대형 시중은행의 연간 순이익이 2조원을 웃돈다”며 “살아남아야 하는 증권사들로선 은행의 텃밭을 계속 침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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