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윈윈' 독일식 문화
20년 이상 근속자 많아…2011년 정년 60세 연장
[ 김형호 기자 ] “처음 입사했을 때 이렇게 오랫동안 한 회사에 다닐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이병민 영업총괄 부사장(51·사진)은 올해로 한국베링거인겔하임에서 근무한 지 25년차를 맞고 있다. 경쟁과 효율성을 앞세운 다국적 제약사에서 20년 이상 근속자를 찾아보기란 ‘하늘에 별따기’에 가까운 게 현실이지만 유독 독일계인 베링거인겔하임은 일반 다국적사와 다른 독특한 ‘장기 근속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15년 이상 장기 근속자가 전체 직원(276명)의 21%를 차지한다. 올해는 처음으로 30년 근속자(정기상 이사)가 나와 회사에서 축하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 부사장은 “나보다 먼저 입사한 25~30년차 선배들이 아직도 현장에서 뛰고 있다”며 “독일 본사가 비상장사여서 단기 실적보다는 장기 실적을 추구하고 실패를 해도 기회를 주는 ‘사람을 케어하는 회사’ 문화를 중시한 덕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28년 동안 의약품 개발 외길을 추구해온 베링거인겔하임은 장기 근속자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현 더크 밴 니커크 한국법인 대표에 앞서 사장을 지낸 군터 라인케 전 대표는 33년 근속 끝에 한국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리히터 전 대표도 40년 근속 후 은퇴했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이 2011년부터 노사 간 잡음 없이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기업문화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회사 경영진과 노조가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문제를 공유하면 윈윈(Win-Win)할 수 있다”며 “이런 점이 독일식 노사문화의 경쟁력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부사장에게 한국에서 베링거인겔하임의 성장세는 ‘상전벽해’나 다름없다. 무역학과 출신인 그는 국내 대기업에 지원했다가 낙방하자 1989년 한 선배의 소개로 베링거인겔하임에 지원서를 냈다.
그는 “당시만 해도 매출 100억원에 불과해 어떤 회사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지원했다”며 “1년 정도만 다닌 후 다른 대기업에 가볼 심산이었는데 어느덧 부사장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말로만 ‘사람 중시’를 내세우는 여타 기업과 달리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진정성에 매료됐다고 한다.
실제 이 부사장은 영업은 물론 인사 노무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다.
입사 당시 1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간판 고혈압 치료제 ‘트윈스타’와 당뇨병 치료제 ‘트라젠타’의 약진 덕분에 올해는 20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직원 임금도 매년 두자릿 수 상승률을 보여 이제는 다국적사 가운데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이 부사장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사람을 희생하지 않고 실수를 하더라도 열정이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보장해주는 기업문화가 궁극적으로는 기업 경쟁력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박람회장 발칵' 주식 자동매매 프로그램 등장
▶ 별장으로 쓰면서 은행이자 3배 수익 받는곳?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