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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27일 정부세종청사 심판정에서 전원회의를 열고, 네이버와 다음이 신청한 동의 의결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동의 의결은 사업자가 시정방안을 제시하고 규제 기관이 그 타당성을 인정하는 경우 위법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가 동의 의결을 받아들인 것은 지난 2011년 11월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공정위 측은 "사업자의 자발적인 시정을 통해 실효성을 높일 수 있고, 적절한 시정방안이 마련된다면 충분한 피해구제가 가능하다"며 "해외 경쟁당국도 동의의결 절차를 적용하고 있어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네이버와 다음 측이 주장한 내용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네이버와 다음은 "구글 등 외국 사업자는 조치대상에서 제외, 역차별로 인한 국내 사업자들의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며 지난주 공정위에 기습적으로 동의 의결을 신청했다.
구글이 자진 시정방안을 내놓으면서 미국 경쟁당국인 FTC(연방거래위원회)의 제재를 피한 사례를 대표적인 예로 들기도 했다.
다만 공정위가 그동안 강력한 제재 방침을 밝혀왔던 만큼, 첫 동의의결 개시에 따른 '봐주기'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정위는 2008년 네이버(당시 NHN)를 국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고, 시정 명령과 과징금 2억2700만원을 부과했다. 네이버는 이듬해 이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의 시정 조치가 부당하다며 네이버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공정위는 지난 5월 다시 칼을 빼들어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에서 현장조사를 벌였다. 네이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여부와 이 지위를 남용했는지에 대한 확인 작업이 진행됐다. 검색광고와 정보가 혼동되는 점과 중소기업과의 부당거래,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줬는지 여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어졌다.
공정위는 이날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었고, 업계에선 네이버에 수백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네이버와 다음은 그러나 지난주 동의의결이란 '히든 카드'를 꺼냈다. 공정위는 이날 제재 수위 결정 회의를 동의 의결 수용 여부에 대한 회의로 긴급하게 바꿨고, 또 다시 네이버에 한 수 밀린 셈이다.
네이버는 "IT 산업의 동태적 시장 특성 등을 충분히 고려한 공정위의 동의의결 개시 결정을 환영한다"며 "공정위와 협의해 경쟁질서를 개선하고, 이용자 후생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시정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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