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매매로 244억 벌었지만 차익거래서 602억 '펑크'
[ 허란 기자 ] ▶마켓인사이트 11월27일 오후 2시34분
올해부터 우정사업본부의 주식 매매분에 대해 증권거래세를 물리자 관련 세수가 되레 358억원 줄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정사업본부가 세금 부담을 이유로 차익거래를 꺼리면서 전체 거래세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244억원 벌고 602억원 손해
27일 우정사업본부가 이낙연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10월 말까지 일반증권 매도분에 대해 203억원의 증권거래세를 납부했다. 우정사업본부의 증권거래세 부과 영향을 분석한 이 보고서는 올해 말까지 244억원의 거래세를 낼 것으로 추산했다.
연간 110조원가량의 우체국 예금, 보험료를 운용하는 우정사업본부는 ‘국가 지방자치단체’로 분류돼 그동안 증권거래세(거래대금의 0.3%) 부과가 면제됐다가 조세특례제한법(시행령 115조)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과세 대상이 됐다. 주식거래 활성화 차원에서 공모펀드, 연기금, 국가 지자체에 적용해온 증권거래세 면제제도가 세수 확보 차원에서 종료된 게 이유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2010년부터 증권거래세를 냈고 국가 지자체로 분류됐던 우정사업본부는 조세 형평성을 이유로 올해부터 적용 대상이 됐다.
우정사업본부가 증권거래세 과세 이후 차익거래를 급격히 줄이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보통 0.1% 이익을 보는 차익거래에서 0.3% 과세는 오히려 손해다. 차익거래가 줄면서 우정사업본부 거래상대방이 내는 증권거래세 감소분이 우정사업본부가 내는 증권거래세액을 훨씬 넘어서는 결과를 낳았다.
우정사업본부의 증권 매도가 감소하면서 지난해 40조340억원이던 국가 지자체 차익거래 금액은 올해 5275억원으로 줄었다. 1년 새 99% 감소했다. 우정사업본부 거래상대방이 내는 거래세는 작년 613억원에서 1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결국 주식매매에서 우정사업본부로부터 244억원의 세금을 거둬들였지만 차익거래 시장에서 602억원의 증권거래세가 줄면서 358억원의 세수 손실을 봤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외국인 견제 기능 약화”
차익거래 실종으로 외국인에 대한 증시방어 기능이 약화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정사업본부는 증시 급락으로 외국인이 주식을 대량으로 던질 때 이를 받아주는 프로그램 차익거래를 통해 증시를 방어하는 역할을 해왔다. 차익거래란 선물과 현물 사이 가격 차이에 따라 저평가된 현물을 사고 선물을 팔거나, 현물을 팔고 저평가된 선물을 사는 것으로 주로 외국인과 기관이 활용하는 매매방법이다. 2010년부터 국민연금의 주식 거래에 증권거래세가 적용된 이후 우정사업본부가 국가 지자체 차익거래를 대부분 담당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우정사업본부(국가 지자체)의 차익거래 비중은 57.6%에서 2.5%로 줄었다. 우정사업본부가 빠져나간 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은 지난해 25.6%에서 올해 67.1%로 크게 늘었다.
이와 관련,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는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증권거래세를 면제하는 내용의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 의원은 “정부가 국가 기관투자가에 대한 조세 형평성을 이유로 국민연금에 이어 우정사업본부에 증권거래세 과세를 결정했는데 오히려 세수가 줄어든 데다 차익거래시장에서 외국인 방어기능이 사라지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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