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간제 박람회 인파, 불만의 인파 될 수도

입력 2013-11-27 21:33   수정 2013-11-28 05:18

정부가 엊그제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 박람회가 대성황이었다고 한다. 경력단절 여성과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많이 찾았다는 것은 그만큼 이 제도의 시의성을 잘 드러낸다고 하겠다. 한국을 대표하는 10개 그룹 82개사가 총 1만여명을 채용 목표로 참여했던 만큼 관심도 컸다.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한 행사였다.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여성가족부는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고용노동부는 중소기업의 채용 확대를 독려하기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 및 운영 안내서를 발간하고 내년에는 시간제 근로자보호·고용촉진법까지 만들겠다고 한다. 다음달에는 대구 부산 등에서도 대규모 채용박람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큰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2017년까지 고용률 70%라는 목표를 이루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일수록 밀어붙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시간제 일자리는 고용 유연성이 가능한 일부 분야로 한정돼 있다. 전일제 일자리 하나를 쪼개면 시간제 일자리가 두 개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가 2017년까지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교사 등을 합쳐 모두 1만7000명을 뽑겠다고 발표한 계획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정부가 공기업 개혁을 촉구하면서 일자리를 강제 배정하는 꼴이다. 민간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역대 정부 가운데 고용창출을 국정과제로 내세우지 않은 정부는 없다. 언제나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일자리는 부족하다.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와 함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거지는 풍선효과를 피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 때 그토록 강조했던 고졸 취업자 확대는 지금 흔적도 없다. 청년층 고용도 늘리고, 비정규직도 정규직화하고, 시간선택제 일자리도 늘리는 것은 마술이다. 기업의 고용 부담이 커지는 것을 돌아봐야 한다. 박람회장을 찾은 인파는 나중에 불만의 인파로 될 뿐이다. 그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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