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미현 기자 ]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58만㎾·사진)가 28일 새벽 고장으로 가동을 멈췄다. 전체 23개 원전 가운데 6개가 발전을 멈추면서 겨울철 전력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들 원전의 재가동 시점도 불투명해 정부는 통상 11월 중순에 내놓던 겨울철 전력수급 계획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날 “고리 1호기가 오전 1시18분께 발전을 정지했다”며 “터빈 계통 고장으로 보고 있는데 정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원전이다. 지난 4월12일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간 뒤 10월5일 발전을 재개했지만 50여일 만에 다시 멈춰섰다.
고리 1호기의 가동 정지로 현재 국내 원전 23기 중 4분의 1에 달하는 6기가 발전을 멈추게 됐다.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파문으로 멈춘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호기, 설계수명이 만료된 월성 1호기, 계획예방정비 중인 한빛 4호기 등이다. 설비용량으로는 526만㎾가 구멍이 난 것. 이는 인천시 인구 전체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이에 따라 지난 여름에 이어 올겨울 전력 수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전력당국은 다음달 초중순 예비전력이 500만㎾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온이 더 떨어지는 내달 하순에는 200만~300만㎾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산업계 긴급 단전 등의 비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동계 전력 수급대책의 밑그림도 그리지 못하고 있다. 발전을 정지한 원전의 재가동 시점이 불확실해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8일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호기 등 3기(총 300만㎾)의 제어케이블이 원전 부품 핵심 테스트인 냉각재상실사고(LOCA) 환경시험을 통과했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재가동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원전 3기 재가동 여부가 전력 수급 계획의 판을 바꿀 수 있다”며 “내달 초에는 재가동이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자력안전위는 그러나 재가동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원자력안전위 관계자는 “위조 서류 확인 작업과 이에 따른 교체 및 재사용 여부 결정 작업이 아직 남아 있다”며 “재가동을 언제 허가할지는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년 1월1일 재가동 예정이던 한빛 4호기(100만㎾)도 이날 계획예방정비 중 결함이 발견돼 40~50일 정도 가동이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월성 1호기(68만㎾) 역시 계속 운전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한편 이날 서울 기온은 영하권에 머물렀지만 최저 예비전력이 820만㎾(11%)를 기록하면서 전력 수급은 안정세를 보였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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