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대한제국 패망 직전 상황과 같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

입력 2013-11-29 11:01   수정 2013-11-29 15:47


"현재 한국 사회가 처한 현실이 1900년대 대한제국이 패망하기 직전의 상황과 거의 동형 구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의 내외적 상황과 지금의 내외적 상황이 100여 년의 차이는 있지만 본질에서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거죠."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57)는 2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는 등 현재 돌아가는 판세가 100여 년 전 주변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나라의 주권을 빼앗겼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의 살길을 모색하려면 국력을 결집해내야 함에도 현재 한국 사회는 구한말(舊韓末) 때처럼 한 치 앞을 보지 못하고 내부의 분열과 갈등 속에 허우적대며 기운을 탕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민의 탄생'(민음사 펴냄) 출간 2년 만에 같은 출판사에서 '시민의 탄생'을 낸 송 교수는 "사실 오늘날 보면 그때보다 외부적인 상황은 더 나빠졌다" 면서 "주변 외세의 4강 구도는 변하지 않았고 여기에 통제 불능의 북한이라는 변수까지 생겨 훨씬 더 악화한 상황"이라고 평했다.

송 교수는 "내부적으로도 성리학적 질서에 얽매여 국제질서 변화에 둔감했던 구한말 때처럼 현재 한국도 20세기 성공 신화에 안주한 채 미래 담론이 실종됐다" 면서 "20세기 성공의 끝 자락에 와있음에도 20∼30년 후에 어떻게 할 것이냐의 논의는 전혀 없다"고 한탄했다. 이어 "우리가 그동안 큰 사건을 많이 겪어서 위기에 대해 일종의 면역이 돼 있다" 며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가 당면한 현실은 100여 년 전 국가가 패망하기 직전의 상황과 많이 닮아 있다"고 강조했다.

현 상황에 위기의식을 많이 느낀다는 송 교수의 발언은 현실 비판으로 이어졌다.

"결국,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종북 발언 문제도 성숙한 사회가 됐으면 더구나 민주화도 25년이 지난 상태라면 종북이라는 것을 처단하려고 하지 말고 왜 그런 발언이 나오는지 조금은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죠. 양쪽 다 마찬가지입니다. 오해가 될만한 말이나 험한 말은 자제하는 게 맞습니다. 다들 자해하는 수준까지 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보다는 20∼30년 뒤의 한국의 비전을 놓고 얘기하면 현재 자기 입장을 자제할 수 있는 지혜가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끝장을 보고 싶어하는 이런 태도로는 합의점을 찾기 어렵죠."

송 교수는 선진국에서 흔히 목격하는 양보와 타협의 성숙한 자질, 시민 윤리라고 부르는 그런 습속이 한국 사회에는 결핍됐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런 이유에서 한국인과 한국 사회의 기원을 찾아 나섰다. 연구의 첫 결과물이 2011년 내놓은 '인민의 탄생'이다. 이번에 나온 '시민의 탄생'은 그 후속작.

'인민의 탄생'에서는 무너지기 시작한 봉건질서로부터 천천히 걸어 나오는 인민,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민란에 휩싸이거나 기존 질서에 모순을 느끼게 된 인민을 다뤘다. '시민의 탄생'은 이러한 인민이 존재론적 자각을 거쳐 근대적 시민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공론장 분석을 통해 추적했다.

송 교수는 "한국 사회가 결핍한 요소가 무엇인지를 밝힌 이 책이 한국 내 갈등 구조를 푸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후속 과제로 '현대 한국 사회의 탄생: 20세기 국가와 시민 사회'를 펴낼 예정이다. '인민의 탄생', '시민의 탄생'과 더불어 3부작의 마지막이다.
한경닷컴 뉴스팀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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