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출구전략 예고 이어 英도 내년말 금리인상 검토
日은 추가 양적완화 시사, 정책 엇갈려 불확실성 우려
[ 노경목/강영연 기자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의 길을 함께 걸어온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갈림길에 섰다. 미국과 영국 중앙은행이 출구전략을 예고하고 나선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 중앙은행은 반대로 더 돈을 풀 태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선진국 은행 간 정책 방향 불일치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고 29일 경고했다.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난 5월 양적완화 축소를 예고한 데 이어 영국 중앙은행도 이르면 내년 말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실업률이 떨어지고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되고 있는 데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의 두 배인 4%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영국 중앙은행은 주택 구매자에게 저금리 대출을 해주던 혜택을 내년부터 중단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가구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 경제 안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내년 금리 인상에 앞서 금융비용 상승에 따른 가계 부담을 미리 줄이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캐나다와 뉴질랜드 등도 내년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ECB와 일본 중앙은행은 정확히 반대로 움직인다. 지난달 민간 대출이 15개월째 감소했다고 발표한 ECB는 이달 초 금리 인하에 이어 저금리장기대출(LTRO)을 통한 유동성 공급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중앙은행 총재도 지난 21일 추가 금융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같은 선진국 중앙은행 간 정책 불일치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ECB는 지난 28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Fed의 양적완화 시사로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은 관련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경기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채권금리가 상승하면 유로존 내 취약 국가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갈 수 있다는 불만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마크 클리프 IN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출구전략 시행에 대한 협의가 전혀 없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은 자국 사정에 따라 통화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Fed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가 불러온 것과 같은 혼란이 앞으로 빈번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경목/강영연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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