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민 기자 ] “재복원에 대한 제대로 된 고민도 없이 몇몇 위원들이 비현실적인 주장을 하고 있어요. 조선시대에도 배수로였던 청계천에는 그들의 주장처럼 천연기념물 물고기가 헤엄친 적이 없습니다.”(서울시 청계천시민위원회 A위원)
‘서울시가 청계천을 복원 9년 만에 생태형 자연하천으로 재복원한다’는 지난달 28일 본지 단독 보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 포털 사이트에선 2026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였다. 생태하천으로의 재복원을 환영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재복원에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기사 댓글만으로 청계천 재복원에 대한 찬반 여론의 비중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재복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청계천시민위원회 내부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0월 말 열린 시민위원회 산하 한 분과위원회에선 예산이나 도시계획 등 중·장기적인 검토 없이 재복원만 주장하는 일부 환경 전문가들에 대한 위원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청계천을 지나치게 이상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본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회의에 참석한 서울시 관계자는 “(그런 문제는) 나중에 고려하고, 일단 분과위 계획안을 시민위원회 전체 회의에 올려야 한다”고 위원들에게 주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청계천 복원이 단기간에 무리하게 추진돼 생태성과 역사성을 결여했다”며 재복원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임기 내에 공사를 마치려고 속도전을 벌였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 청계천 유지·보수에 들어간 연간 75억원은 속도전의 대가일 수도 있다.
서울시 계획대로 청계천을 생태하천으로 재복원하려면 최소 수백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청계천을 재복원하면 유지·보수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지만 근거 없는 추정에 불과하다. 청계천 재복원 계획 수립에 앞서 구체적인 추진 방식 및 소요 예산 등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박 시장이 그동안 지적해온 ‘무리한 복원’이라는 문제점을 박 시장 스스로 답습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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