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향 뿜어내는 송수남의 사군자

입력 2013-12-01 21:13   수정 2013-12-02 05:15

4~18일 노화랑서 '매난국죽'展


[ 김경갑 기자 ] 눈 속에서도 꿋꿋이 꽃을 피워내는 매화의 강건한 기상에 매료됐던 조선시대 유학자 퇴계 이황은 죽기 직전 ‘분매(盆梅)에 물을 주라’고 했다. 북송 때의 시인 임포는 성글고 구불구불한 가지에서 느껴지는 고상한 운치에 반해 매화를 아내 삼아 산속에 은거했다. 매화를 포함해 대나무 난 국화까지 사군자(四君子)는 옛 선비들에게 삶의 정체성과 시대정신을 표현했던 그림 소재였다. 그래서 조선시대에 사군자 그림은 ‘선비 자격증’으로 불렸다.

50년 넘게 한국화의 명맥을 이어오며 ‘현대 수묵화의 거장’으로 불린 고 송수남 화백(1938~2013)의 사군자 그림을 모은 ‘매·난·국·죽’전이 오는 4~18일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펼쳐진다. 전시장에는 단아하고 향기로운 난초, 선비의 기상을 닮은 대나무, 절개의 국화, 눈 속에서도 청향을 뽐내는 매화 등 사군자를 그대로 옮겨 놓은 수묵화 90여점이 걸린다. 출품작들은 송 화백이 말년에 잠시 외도한 다채롭고 생기발랄한 꽃 그림에서 벗어나 고요한 수묵이나 담채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한국화의 맛을 보여준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사군자 그림은 단순한 구성과 서예 기법을 활용한 문인 취향의 특성으로 인해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며 “한국화의 명맥과 가치를 드높인 송 화백의 작품을 통해 수묵화의 양식과 그 속에 담긴 현대인의 시대정신을 살펴보기 위한 자리”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지난 6월 작고한 송 화백은 전통 수묵화에 대한 새로운 자각을 토대로 현대적 조형성을 추구하며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홍익대 서양화과에 입학했다가 4학년 때 동양화과로 옮긴 이후 스웨덴 국립동양박물관 초대전을 비롯해 30여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도쿄국제비엔날레, 상파울루 비엔날레, 대만 국제현대수묵화전 등 국제전에 참여하며 한국화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송 화백은 지나친 상업주의, 복고주의와 권위주의로 한국화의 위기를 맞은 1970년대 말 ‘새로운 한국화의 정립’을 기치로 일어난 ‘현대 수묵화 운동’을 주도했다. 그동안 10여권의 저서를 펴내면서 수묵화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은 글씨와 어우러지며 우리 역사와 정신을 되비춘다. 꼿꼿한 대와 칼날 같은 댓잎에는 선비의 기상이 서려 있고, 난초의 우아한 자태에선 또 다른 미감이 풍긴다. 더구나 난 그림은 그의 완숙미가 흠뻑 묻어나는 작품이다.

국화 그림 역시 서리 속에서 꼿꼿이 사는 현대인의 덕을 응축해냈다. 먹선 하나에서도 사람과 자연, 우주를 볼 수 있고 작은 붓질 하나로 현대인들의 고단한 역정까지 품어낸 듯하다. (02)732-35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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