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성 기자 ] "이건희 회장 본격적인 후계 경쟁 시작, 지금부터다."
삼성그룹이 2일 8명 사장 승진 및 8명 계열사 이동 등 16명에 대한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부회장 승진자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은데 대한 한 업계 관계자의 반응이다.
당초 부회장 승진 물망에 올랐던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을 포함, 올해 삼성그룹에는 부회장 승진 자체가 없다는게 인사 특징으로 꼽힌다.
장녀인 이 사장은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부회장 승진 후보로 점쳐졌다. 2010년 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뒤 사장으로 만 3년을 채웠기 때문이다. 당초 오빠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장 승진 2년만인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했기 때문에 이 사장이 부회장에 오르더라도 무리는 아니라는 분석이었다.
정작 이 사장이 부회장 승진 대상자에 오르지 못하자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후계 경쟁 구도에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이재용-이부진-이서현' 3각 후계구도에 대한 실력 검증 및 경쟁을 더욱 공고히하려는 포석이라는 시각이 그것이다. 오너 일가 중 삼성전자를 책임지고 있는 이 부회장을 중심에 놓고, 차녀인 이 부사장을 삼성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 사장으로 승진시켜 장녀인 이 사장과 같은 급으로 후계 검증 시스템에 균형추를 뒀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부회장이라는 직함은 단순히 성과만을 따질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라면서 "다른 사장단을 이끌 수 있는 연륜 등도 중요하기 때문에 올해 부회장 승진자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사장과 함께 부회장 승진 하마평에 올랐던 삼성전자의 윤부근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과 신종균 IM(IT·모바일) 사장 등이 대상자에 오르지 못한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윤 사장과 신 사장이 각각 이끌고 있는 CE(소비자가전)부문과 IM(IT·모바일) 부문의 실적은 다른 사업부문보다 뛰어났다.
그러나 이들이 아직 사장에 승진한지 만 4~5년에 불과하다는 점이 '부회장 연륜'이라는 평가 요소를 충촉시키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삼성 부회장들이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8.4년으로 두 사장보다 약 4년 더 길다.
삼성그룹에서는 지난 5년간 2명씩 모두 10명의 부회장이 배출됐다. 2009년 1월 김징완·이상대 사장, 2009년 12월에는 김순택·최도석 사장이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10년 12월에는 최지성·강호문 사장이 2011년 12월에는 권오현·정연주 사장, 지난해 12월에는 박근희·이재용 사장이 각각 부회장에 오른바 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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