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꽃누나' 돌풍…이승기 효과?

입력 2013-12-03 21:22   수정 2013-12-04 05:29

케이블방송 예능프로 최초 첫 회 시청률 10%
tvN '꽃보다 누나'…여행지에서 좌충우돌



[ 유재혁 기자 ] 중견 여배우들의 여행기를 다룬 tvN ‘꽃보다 누나’가 케이블방송 예능 프로그램 최초로 첫 회 시청률 10%를 돌파했다.

3일 시청률조사업체 AGB닐슨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방송된 ‘꽃누나’ 첫 회는 평균 시청률 10.5%를 기록했다. 화제를 모은 전작 ‘꽃보다 할배’의 평균 시청률 7.1%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인터넷에는 칭찬이 쏟아졌다.

“여배우들의 모습이 마치 ‘꽃보다 할배’의 할배들처럼 귀엽고 친근해 호감이 갔다.” “이승기와 여배우들의 캐스팅이 기대 이상이었다.” “여행이 시작되면서 각자의 캐릭터가 더 흥미진진하게 드러날 것 같다.”

‘꽃누나’는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 등 중견 여배우와 젊은 스타 이승기가 열흘간 터키를 거쳐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는 과정을 리얼버라이어티쇼 형식으로 담아냈다. 전작 ‘꽃보다 할배’에서 근엄한 연기를 해온 원로 배우들을 예능 프로그램에 처음 출연시켜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소탈한 모습을 보여줘 인기를 얻었던 것처럼 ‘꽃누나’도 신선한 캐스팅과 창조적 발상에서 흥행 비결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예능프로그램에 중견 여배우들을 캐스팅한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범접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정상급 여배우의 이미지를 벗고 직접 짐을 꾸리고 숙소를 예약하고 길을 찾는 등 소탈하고 정겨운 ‘누나’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김희애는 음식을 장만하느라 분주하고, 이미연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숙소 예약 임무를 힘겹게 해냈다. 이들은 커다란 로션을 넣은 여행가방을 갖고 비행기에 타려다 퇴짜를 맞기도 했다.

사소한 것에도 감정을 풍부하게 드러내는 여배우의 감정선을 따라간 게 주효했다. ‘꽃할배’에서는 짐꾼 역 이서진이 우왕좌왕할 때 할배들이 참을성 있게 기다려줬지만 ‘꽃누나’에서는 이승기가 이스탄불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차편을 알아내느라 시간을 허비하자 여배우들이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직접 해답을 찾아 나섰다.

연기 노래 예능 등을 아우르는 톱스타 이승기도 시청률 상승을 이끈 견인차다. 수십명의 팬이 인천공항에 나와 그를 응원했다. 늘 반듯한 자세로 ‘엄친아’ ‘왕자’ 이미지를 풍겼던 이승기가 여기서는 완전히 망가졌다. 반 박자 느린 템포와 한 박자 느린 눈치로 ‘짐꾼’이 아닌 ‘짐’으로 전락한 것. 공항에 가장 늦게 나타났고, 비행기 안에서도 잠자느라 가장 늦게 움직였다. 20대에 톱스타에 오르기까지 매니저가 모든 일을 대신해 준 그가 직접 누나들의 짐꾼이 되기에는 애초부터 무리였을 것이다.

낯선 여행지에서 좌충우돌하는 스타들의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자신의 배낭여행 경험을 떠올리며 추억에 빠져들었다. 또한 일반인과 다름없는 스타들의 모습에 즐거워했다.

나영석 PD는 “열흘간의 여행 일정 동안 많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며 “‘꽃누나’는 개인적으로 여자에 대해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방영분에서는 여배우들 각자의 개성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꽃할배’에서 언제나 한 걸음 앞서 가는 바람에 별명을 얻었던 ‘직진 순재’, 다리가 아파 투덜거리며 걸었던 ‘심통 일섭’처럼 말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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