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투자·저축 장려…세제·상품 개발 지원할 것"

입력 2013-12-04 06:58  

장기 투자 위한 정책 방향
행복한 노후 원한다면 투자자들도 인식부터 바꿔야




과거에도 장기 투자(저축)는 지향해야 할 방향이었다. 가급적 장기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에서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재테크 차원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졌다. 정부 역시 자본시장의 기반을 튼튼히 하는 차원에서 장기 투자를 권장했다.

하지만 100세 시대가 현실화한 지금은 장기 투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할 시기가 됐다. 직장에서 은퇴한 뒤 보내야 할 인생이 짧게는 20~30년, 길게는 40~50년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 긴 기간을 경제적 고통 없이 보내기 위해서는 젊었을 때부터 세 개의 주머니를 준비해야만 한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이 첫 번째, 직장에서 가입하는 퇴직연금이 두 번째, 개인연금이 세 번째 주머니다. 그리고 이 세 개 주머니의 공통점은 장기 투자다.

젊어서부터 장기간에 걸쳐 투자와 저축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이는 개인, 가계, 정부 모두가 안고 있는 과제다. 장기 투자를 통한 노후 대비가 부실할 경우 30년 이상이나 되는 개인의 삶이 불행해질 수 있다. 부모를 장기간 부양해야 하는 부담은 가정불화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정부 또한 많은 국민의 노후가 궁핍해질 경우 엄청난 복지 비용을 감당해야만 한다. 이는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시대에 진입한 일본을 비롯해 선진국의 사례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장기 투자가 하나의 문화와 관행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정부와 금융회사, 투자자의 노력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세제 지원 등 강력한 유인책 필요

정부는 장기 투자와 저축을 장려하기 위한 세제 지원 등 유인책을 보다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대표적인 장기 투자 유도 제도라고 할 수 있는 연금저축제도부터 손질할 필요가 있다. 현재 연금저축을 10년간 유지하는 비율은 52.4%에 그친다. 장기 투자 유인 제도라고 하기에는 크게 미흡한 결과다. 노후를 대비하는 연금저축으로서 기능하기보다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유력한 저축상품일 뿐이다.

소득공제든 세액공제든 장기간 가입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보다 확실한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예를 들면 5년 가입한 사람보다는 10년 가입한 사람이, 10년 가입자보다는 20년 이상 가입자에게 훨씬 많은 세제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장기세제혜택펀드도 이른 시일 내에 도입돼야 한다. 이 상품은 2030세대에게 저축을 통해 삶의 희망을 갖게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제도다. 저금리 시대 은행 이자만으로는 전세난, 월세난, 취업난을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당장의 세수 감소가 우려될지 모르지만 펀드 투자가 활기를 띠어 주식 거래가 늘어난다면 증권거래 세수가 증가할 수 있어 세수 감소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의 장기 투자가 활성화돼 스스로 자립 기반을 갖추고 노후의 삶을 탄탄하게 준비할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 재정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더 클 것이다.

○장기투자 외면하는 행태 바뀌어야

다음으로 금융회사의 영업 행태도 바뀌어야 한다. 말로는 장기 투자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오히려 장기 투자자에게 불리한 영업 행태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다수의 금융회사가 새로 출시한 상품의 판매와 운용에 더 매달리고 이미 판매한 상품의 수익률 제고나 관리에는 소홀히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최고경영자의 단기 실적주의 문화 등에 기인한 바가 크다.

금융회사별로 적어도 하나의 대표 상품을 갖도록 하는 ‘1사 1대표 상품(스테디셀러) 갖기 운동’이 펼쳐져야 한다. 또 장기 투자 고객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도록 수수료나 보수, 이자율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투자자들도 장기 투자를 선호하고 또 신뢰할 것이다.

선진국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도 저금리 현상이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 투자자들, 특히 노후 대비에 관심이 많은 중년층 이상의 투자자들은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찾을 것이다. 다소의 투자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은행예금+α’의 수익이 가능한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노후 대비의 문제가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은행의 상품으로는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회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금융투자회사들이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을 다양하게 내놓고 일정한 수익률을 실현한다면 장기 투자도 자연스럽게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을 때부터 20년 이상 투자하자’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의 인식과 태도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20~30대부터 저축을 시작해 20년 이상을 지속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장기 투자가 궁극적으로는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단기간의 수익률을 좇아 이 상품 저 상품 해약과 가입을 반복해서는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야 한다.

경제가 선진국 수준에 진입할수록 과거 부동산 투자와 같이 대박을 낼 수 있는 분야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처음의 선택은 신중하되 한 번 선택했으면 지속하는 것이 최고의 재테크 방법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주거래 금융회사의 금융상품에 장기 투자하는 관행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금융회사, 투자자의 노력이 합쳐질 때 장기 투자가 재테크의 기본이자 노후 대비의 최선책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정부, 금융회사, 투자자 모두에게 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제 장기 투자와 장기 저축은 하면 좋고 안 해도 그만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행복한 노후, 화목한 가정, 튼튼한 국가재정을 위해서도 반드시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필요조건이다.

서태종 <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tjseo386@korea.k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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