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SK플래닛은 왜 SK컴즈를 방치했나

입력 2013-12-04 13:54  

[ 김효진 기자 ] "지난해 말 구조조정 때에는 살아남으면 SK플래닛과 합병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대감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연차가 낮은 대부분 직원들은 퇴직금을 계산해보고 있어요."

최근 재창업 수준의 사업 구조조정을 발표한 SK컴즈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이 한 말이다.

SK컴즈는 대표 서비스인 싸이월드와 싸이메라 조직을 분사하고, 네이트 검색을 사실상 종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SK플래닛과 합병설이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 마저도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4일 SK컴즈에 따르면 SK컴즈는 전날 오후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싸이월드를 종업원지주회사(EBO) 방식으로 분사하는 안을 밝혔다. 김동운 현 SK컴즈 태스크포스(TF)장이 일부 금액을 출자해 싸이월드의 사령탑을 맡고, 내년 1월 벤처회사로 탈바꿈한다는 전략이다.

SK컴즈는 2011년에만 해도 SKT그룹 내 인터넷 컨텐츠 핵심 사업자로 부각됐다. 2011년 10월 SKT그룹은 인터넷 컨텐츠 사업 육성을 위해 SK플래닛을 물적 분할했고, SK컴즈의 최대주주는 SK텔레콤에서 SK플래닛으로 변경됐다. SK컴즈의 최대주주는 SK플래닛(64.54%), SK플래닛은 SK텔레콤이 지분 100%를 보유하는 구조다.

당시에는 SK플래닛의 대표 서비스 중 하나인 11번가와 T스토어, T맵, SK컴즈의 싸이월드, 네이트 등 플랫폼 사업의 통합이 점쳐졌다. 특히 SK컴즈가 보유한 회원 정보와 트래픽이 사업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SK컴즈는 2011년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영업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모바일 시대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면서 영향력이 축소되고, 싸이월드의 매출 하락세는 지속됐다.

결국 SK컴즈는 지난해 말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300명의 희망퇴직을 받았고, 150여명의 그룹 내 이동을 통해 인건비를 절감했다. SK컴즈는 약 1년 만에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이러한 상황에서 SK플래닛은 이상한 행보를 보였다. SK플래닛은 지난 10월, 하나의 아이디로 자회사 서비스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원 아이디(One ID)'에서 네이트와 싸이월드를 제외키로 했다. 지분을 매각한 멜론(로엔엔터테인먼트)을 '원 아이디'에서 빼면서 함께 이뤄진 조치다.

SK플래닛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인 SK컴즈 주식을 100% 사들이거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로 하면서 SK컴즈 매각설이 불거졌다. 현재 SK컴즈 주식 처분은 2년 유예된 상태다.

SK컴즈는 "SK플래닛에 합병 관련 여부를 확인한 결과, 검토된 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SK텔레콤 또한 지난 10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손잡고 상품·서비스 강화와 신규 개발을 위한 포괄적 제휴를 체결했다. SK컴즈가 아닌 다음과 손잡고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에는 포털 1위 업체인 네이버와도 차세대 사업 발굴을 목표로 제휴를 체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SK플래닛도 뚜렷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어 SK컴즈와의 합병은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며 "싸이월드는 서버 유지비용도 안나오는 상태로 알려지고 있는데 SK그룹 타이틀을 갖고 문을 닫기 어려우니 벤처로 되돌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시대로 전환하면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고 있는 업체가 드물고, 앞으로 SK컴즈와 같은 사례가 많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이번 SK컴즈 사태는 SK 그룹 경영의 대표적인 실패 케이스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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