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P그룹 자금관리단은 '생선가게 고양이?'

입력 2013-12-04 20:59   수정 2013-12-05 04:14

인사이드 Story

부실 감시하라고 보냈더니…법인카드로 흥청망청

허위자료 만들어 부당대출도
檢, 은행 임직원 무더기 기소



[ 장창민 / 강종효 기자 ]
SPP그룹은 한때 잘나가던 회사였다. 대형 조선사에 선박 기자재를 납품해오다 2000년대 중반 조선·해운 호황기를 맞아 직접 조선사업에 뛰어들면서 승승장구했다. SPP조선, SPP조선해양, SPP로직스 등 9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재계 35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해운 시황이 악화되면서 사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2010년 5월엔 선박 수주 감소로 인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7월 채권단으로부터 4000억원의 신규 자금 지원을 받는 등 ‘재기’를 위해 몸부림쳤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오히려 최고경영자(CEO)가 회사를 망가뜨렸다. 이낙영 전 SPP그룹 회장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회사 돈을 멋대로 빼내 자신의 주식 매수자금으로 썼다.

또 회사 돈을 이용해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등 회사에 350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 이 전 회장은 지난 9월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 계열사가 다른 곳에 팔리거나 기존 계열사에 흡수됐다. 9개였던 계열사는 SPP조선과 SPP로직스 두 곳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빚만 늘었다. 선수금환급보증(RG) 등 금융권으로부터 끌어다 쓴 대출과 보증만 합쳐 2조원이 넘는다.

○허위 자료로 대출금 부풀려

이게 전부일까. 불황과 경영진의 비리만으로 SPP그룹이 무너진 건 아니었다. SPP그룹을 돕겠다고 나선 금융권이 오히려 회사 부실을 키우고 몰락하는 데 부채질했다. 채권단은 자율협약을 맺은 후 부당대출을 통해 회사 부실을 키웠을 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의 법인카드까지 받아 흥청망청 쓰는 도덕적 해이를 보였다.

검찰은 지난 9월 우리·광주 등 주요 채권은행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4일 우리은행과 광주은행의 전 부행장을 비롯한 대출담당자 5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혐의로, 수출입은행·우리은행·무역보험공사 직원 등 6명을 수재·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다.

창원지방검찰청(부장검사 홍기채)이 밝힌 기소 내용을 보면 기가 막힌다. 부당대출이 밥 먹듯 반복됐다. 우리은행 임직원 3명은 여신협의회에 허위자료를 내는 방법으로 2011년 3월 SPP율촌에너지에 1300억원을 내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JP모간이 1000억원을 SPP그룹에 투자하기로 한 계획을 접었는데도 이를 속이고 ‘투자 예정’으로 설명하거나, 다른 부서가 제시한 ‘대출 부적합’ 의견을 몰래 삭제하는 식이었다.

광주은행 직원 2명은 SPP율촌에너지에 100억원을 대출하기로 한 기존 의결을 뒤집고 의결서를 허위로 꾸며 2011년 3월 200억원을 빌려줬다. SPP율촌에너지는 지난해 부도가 났다. 두 은행은 아직 대출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있다.

○자금관리단 ‘도덕적 해이’

이뿐만이 아니다. 자율협약 이후 SPP조선을 관리하기 위해 11개 금융기관은 함께 자금관리단을 파견했다. 이들은 회사 자금 관리는 내팽개치고 ‘잿밥’에만 눈독을 들였다. 우리은행·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국민은행 직원 6명은 2010년 말부터 2012년 초까지 SPP조선에서 월 500만원 한도의 법인카드를 받아 골프장과 주점 등에서 700만~3600여만원씩 사용했다. 검찰은 6명 모두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금관리단이 경영관리 임무를 소홀히 해 회사 운영자금이 더 빠져나간 것 같다”며 “재판 결과가 나오면 은행별로 징계와 문책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창원=강종효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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